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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 M&A 신화’ 한섬 정재봉… ‘경업금지’ 족쇄 풀리자 12년 만에 패션 대표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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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기업 ##한섬##의 창업자인 정재봉 회장이 자신이 세운 패션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2년 한섬을 ##현대백화점##에 매각한 이후 약 12년 만으로, 경업금지(競業禁止)가 해제된 데 따라 직접 회사를 이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 /사우스케이프 제공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 /사우스케이프 제공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달 초 자신이 설립한 골프 리조트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사우스케이프’ 운영사인 사우스케이프㈜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설립돼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골프 리조트 운영사 ㈜사우스케이프로부터 패션 사업 부문을 인수해 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두 회사는 법인명은 같으나 주식회사를 의미하는 ㈜를 앞에 붙였는 지와 뒤에 붙였는 지로 골프 리조트 운영사와 패션 회사로 구분된다.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 3월 패션 사업 부문을 134억원에 양도하면서 인수 법인과의 관계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라고 설명했는데, 해당 회사의 이사진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아내인 문미숙 감사와 자녀 형진·수진씨 등이 모두 올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케이프㈜의 대표에 선임된 정 회장은 골프 리조트 운영사 대표직에서는 사임했다. 패션 사업 운영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941년생인 정 회장은 한섬 매각 이후 경업금지 조항에 따라 패션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한섬 매각을 후회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 웨어 브랜드 사우스케이프는 관련 시장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우스케이프㈜의 매출액은 145억원을 기록했다. 상표권 운영과 재고 등을 판매하기 위해 남겨둔 ㈜사우스케이프의 패션 사업 부문 매출은 117억원으로, 둘을 합하면 브랜드 매출로 약 262억원이 발생한 셈이다.

㈜사우스케이프가 2022년 패션 사업 부문 매출액으로 222억원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약 18%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2020년 브랜드 출시 당시 ㈜사우스케이프의 패션 사업 부문 매출액 36억원과 비교하면 62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부문을 인수한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 약 4억원의 영업이익과 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들의 실적이 꺾인 것과도 대비된다. 파리게이츠, 하이드로겐 등을 운영하 ##크리스에프앤씨##의 지난해 매출액은 3670억원, 영업이익은 46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6%, 41.3% 줄었고, 핑골프를 운영하는 삼양인터내셔날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9.7%, 29.3% 감소했다.

골프웨어 브랜드 PXG를 운영하는 로저나인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1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줄었고, 영업이익도 294억원으로 21% 감소했다. 타이틀리스트를 운영하는 아쿠쉬네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956억원, 영업이익 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 7.9% 감소했다.

사우스케이프㈜는 정 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출범한 골프 웨어 브랜드 사우스케이프는 정 회장에 대한 경업금지에 따라 서울 강남구 플래그십스토어 ‘메종 사우스케이프’와 자사 골프리조트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내 프로샵, 자체 온라인몰인 사우스케이프숍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판로를 넓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섬이 2022년 11월 ㈜사우스케이프 보유 지분 14.5%를 정 회장에게 450억원에 매각하면서 이를 푼 것이다. 지난해부터 백화점 등으로 적극적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판교점·더현대 서울과 롯데백화점 본점·신세계 센텀시티점, 갤러리아 본점 등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의 16번홀 모습. /사우스케이프 제공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의 16번홀 모습. /사우스케이프 제공

경업금지는 정 회장이 2012년 한섬 지분 34.6%를 4200억원에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하면서 양수도 계약서에 적시되어 10년 넘게 유지돼왔다.

당시 정 회장은 2008년부터 준비해오던 골프장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한섬을 매각했다. 그 직후 ㈜사우스케이프를 설립했고, 2013년 골프리조트를 열었다.

정 회장은 한섬 매각 대금 대부분을 골프리조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 매출액 322억원, 영업손실 12억원을 기록하면서 2018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9~2022년 동안 기록한 누적 영업이익은 123억원이며, 토지 등 유형자산은 2220억원에 이른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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