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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 노래 내고 ‘태양절’ 폐기하고…김정은의 ‘선·후대 지우기’ 속내는?

데일리안 조회수  

北 전문 여행사 “‘태양절’ 문구 폐지 통보받아”

김주애도 45일간 모습 드러내지 않아

자신만의 정책 추진 위해 ‘유일영도체계’ 강화하려는 듯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맞아 지난 15일 한 평양시민이 태양절 경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맞아 지난 15일 한 평양시민이 태양절 경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대와 후대를 서서히 지워내며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신격화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특히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은 ‘4·15 명절’로 잠정 변경됐는데 이는 선대의 의존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꾀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태양절’을 ‘4월 명절’ ‘민족 최대 명절’ 등으로 바꿔 표현했다. ‘태양절’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태양절’ 당일 “태양절에 즈음하여”라고 쓴 기사 단 한 건뿐이었다.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도 기존 ‘태양의 성지’란 표현 대신 ‘애국, 혁명의 성지’ 등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 내부 선전·홍보물에서도 ‘태양절’은 자취를 감췄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6일 취재진과 만나 “올해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맞아 진행된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이름이 바뀐 것으로 잠정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스(Koryo tours)는 지난 25일 홈페이지에 “북한 파트너(당국)로부터 ‘태양절'(김일성 생일)이란 문구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이란 표현 역시 2월 이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그간 보여온 태도와 상반된다. 김 위원장은 그간 ‘김일성 따라하기’를 통해 기반을 다져왔는데, 집권 13년 차에 접어들자 돌연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는 듯한 움직임이 다수 목격되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을 ‘태양’으로 지칭하는 문구가 늘어났다. 17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글에서 김 위원장은 ‘주체 조선의 태양”으로 불렸다. 지난달 강동종합온실 준공 행사에선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현수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가 새로 나오기도 했다. 새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는 지난 17일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주택) 준공식 기념공연에서 가수 김류경이 부르면서 처음 공개됐다. 조선중앙TV를 통해 뮤직비디오도 공개됐는데, 해당 뮤직비디오에는 리춘히를 비롯해 조선중앙TV 아나운서들이 총출동하기도 했다. 또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노래를 부르고, 고려항공 승무원과 공장 일꾼들이 두루 등장하는 등의 파격적 연출도 선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쌓음으로써 선대의 그늘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는 김정일을 상징하는 노래인 ‘친근한 이름’이라는 곡이 있는데, 이 노래를 대체하면서 김정은을 띄우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5일 딸 주애와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5일 딸 주애와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45일간 모습 드러내지 않는 주애…후대 언급도 줄어


선대뿐만 아니라 딸 주애를 중심으로 한 후대 띄우기도 ‘일시 정지’ 됐다.

딸 주애는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2022년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서 첫 모습을 드러낸 후 지속해 모습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향도’로 언급되며 유력 후계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애가 마지막으로 등장한 지난달 15일에는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당시 신문은 김 위원장과 주애를 지칭해 “향도(길을 안내하는 행위나 사람) 위대한 분들”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낳았다. ‘향도’는 최고 지도자에게만 사용하는 표현인 만큼 주애가 후계자로 확정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강력하게 나왔다.

이후 주애는 45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이 기간 김 위원장은 13건의 공개 행보에 나서며 세간의 시선을 본인에게로 돌리고 있다. 특히 명절인 ‘태양절’에도 주애를 등장시키지 않았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선대와 후대의 언급 횟수를 줄이는 것은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통일 지우기’ 주장과 남북 관계 단절 등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선·후대와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우상화를 완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최근 남북이 통일을 더 지향하지 말고 별개의 국가로 살아야 한다는 등 김일성·김정일의 유훈과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데일리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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