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의 답변이나 합의가 없었다고 양측이 밝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영수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이 대표의 모두 발언 이후 윤 대통령과 비공개회담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가족 등 주변인(김건희 여사 특검법) 정리 언급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가족 및 주변인 의혹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나 비공개회의에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답했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언론보도의 명예훼손 압수수색, R&D, 연금개혁, 의료개혁, 이태원 특별법, 여야정 민생협의체 얘기가 주로 있었고, 나머지에 대한 주제는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가 ‘가족 등 주변인 의혹’이라고 말했는데, 김건희 여사라고 직접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특검이라는 하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그동안 주장해온 부분이 있지 않느냐”며 “주변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 보면, 대통령 가족과 주변인들 아니냐. 그래서 그건 포괄적 의미로 포함된다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시간이 없어서 김건희 여사 문제 언급을 안한 것이냐는 이어진 질의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모두 발언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한 주제마다 하신 말씀이 길었다. 그러니까 문제마다 물을 수도 없었다”고 답했다. ‘가족 관련 언급이 없었던 것도 시간이 없어서냐’고 묻자 진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이 언급자체를 안했다”고 답했다. 그럼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가족 관련 언급을 안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진 정책위의장은 “그렇게 밖에는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이날 오후 회담결과 백브리핑에서 ‘채 상병 특검과 가족 의혹도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한 모두발언에 대해 비공개 회담에서 언급이 없었느냐’는 질의에 “둘 다 모두발언에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표는 공개 모두발언에서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에서 실망스러웠던 부분에 대해 묻자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생문제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민생회복 긴급조치 관련해 민주당 제안을 다 못받는 대신 ‘이런 걸 하자’고 제안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제안이 없었다”며 “‘현재 편성된 예산을 충실하게 집행해보자’는 것이 대통령 답변이었다. 국정기조 전환 관련해서도 아무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다만 민주당이 ‘의대증원 필요성 공감한다,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 협력하겠다’고 한 것이 용산 입장에서는 성과라면 성과일텐데, 나머지는 아무런 긍정적 답변이 없었다”고 답했다.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를 두고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회담 형식이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것인데,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며 “시간 계산을 해보니, 85대 15(윤 대통령 대 이 대표 발언 분량) 정도 됐던 것 같다. 모두 발언 이후 윤 대통령이 실제로 많은 말씀을 했다”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 총리인선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회담 결과에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가 모든 현안에 대해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했고, 요약하면 ‘민심이 이러한데 윤 대통령은 어떻게 국정 방향을 바꾸시겠습니까?’였는데,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윤 대통령은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30여분간 진행되었다는 대화의 결말은 ‘2년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것과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 성과가 없었다”며 “채 해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요구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실질적으로 입법에 동의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고 비판했다.
최성 새로운미래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표는 A4 10장 분량의 모두발언에서 시정연설을 방불케 하는 일장연설을 늘어놓음으로써 생산적인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운 환경을 자초했다”고 지적하며 “10여가지 의제를 언급해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빈수레만 요란한 회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회담을 ‘쇼윈도 회담’으로 전락시키는데 일조했다”며 “오랜기간 야당 대표와 회담하지 않았던 만큼 채상병 특검, 민생경제 회복방안 등에 대해 속시원하게 털어놨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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