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윤아무개(45)씨는 지난 주말 분식집에 김밥을 사러 갔다가 당황했다. 윤씨는 “기본 김밥 두 줄에 8600원이라길래 놀랐더니 사장님이 ‘김값이 폭등한 데다 속 재료인 야채도 모두 올라 그렇다’고 하더라. 앞으론 김밥으로 한 끼 때운다는 표현은 못 쓸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아무개(48)씨는 최근 양배추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씨는 “양배추 한 통에 9800원, 반통에 5천원인 것을 보고 기절초풍을 했다”며 “다이어트를 위해 양배추를 많이 먹으려 했는데, 어림없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밥상에 자주 오르는 김·양배추 등 먹거리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햄버거·피자·치킨 등 주요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인상되는 가운데 “집밥을 해 먹는 것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서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를 보면, 마른김(중품)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1304원으로, 김 한장에 130원을 돌파했다. 전통시장 가격은 1193원, 마트 등 유통업체 가격은 1513원이다.
마른김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1년 전(1012원)보다 29%, 1개월 전(1167원)보다 12% 올랐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18일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 50% 할인 행사 품목에 마른김을 추가했지만, 소매가격은 오히려 오른 것이다.
도매가격도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26일 기준 마른김 1속(100장)당 1만440원으로 1년 전(6628원)과 비교해 58% 올랐다. 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는 “센터가 조사한 가격을 기준으로 5월 도매가격은 1속에 9515원으로 전월(9610원) 대비 약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여전히 작년(5781원)보다는 64.6%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값이 오르면서 앞서 성경식품·광천김·대천김 등 주요 조미김 전문업체들은 이달 들어 제품 가격을 10~20% 올렸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 등도 메뉴 가격을 100~500원 인상한 바 있다.
해수부는 “10월까지 마른김(기본 관세 20%)과 조미김(기본관세 8%)에 무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수입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 안정 여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양배추 가격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6일 기준 양배추 소매가는 한 통에 6089원으로 전년(3922원)보다 55.3%, 평년(3744)보다 62.6% 올랐다. 도매가 역시 8㎏ 기준 2만120원으로 전년보다 113.5%, 평년보다 14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양배추 ㎏당 2500원의 납품단가 지원에 나섰다. 지원 초기엔 ㎏당 500원이었지만, 소매가 상승이 이어지자 지난 13일부터는 ㎏당 1천원, 25일부터는 2500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전년보다 물량이 171%나 증가한 수입산 양배추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높은 양배추 가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5월 양배추 출하량이 지난해에 견줘 8.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노지 봄 양배추 정식기(2월) 기상 여건 악화로 출하 면적이 감소한 탓”이라고 짚었다.
한겨레 유선희 기자 /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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