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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자 인근 통신정보 수집 “위헌 아냐”…“광범위한 개인정보 침해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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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Getty Images Bank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Getty Images Bank

헌법재판소가 코로나19 감염자의 방문 장소 인근에 머문 시민들의 통신정보를 수집한 근거로 사용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권·법률 단체들은 위헌성 판단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비판 입장을 냈다. 

헌재는 25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76조의2 제1항 제1호)에 대한 청구인 A씨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하고, 정보 처리에 대한 위헌성 판단 부분은 각하했다. 서울시는 2020년 5월 이태원 소재 클럽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산하고 전국 누적 확진자가 153명으로 늘어나자 이태원 소재 방문자 정보를 수집해 코로나 검사 안내 문자를 보냈다.

이는 관련 문자를 받은 A씨가 자신은 감염자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지만 그 인근에 있었다는 이유로 본인 통신 정보가 당국에 제공됐다며 그해 7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이다. A씨는 당시 서울시·보건복지부에 어떤 근거로 본인 정보를 취득했는지 문의했지만, 해당 기관들은 A씨가 머무른 장소·시점만으로 ‘감염병 의심자’에 해당할 수 있어 법적절차에 따라 정보를 수집했다는 모호한 답변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A씨처럼 당시 기지국 정보가 수집·처리된 사람은 1만여명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서울시 요청에 따라 이동통신 3사(SKT·KT·LGU+)에 4월29일~5월5일 해당 지역 주변의 기지국에 접속해 30분 이상 체류한 자들의 이름·전화번호 등을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은 해당 정보를 서울시장에게 전달한 뒤 이를 파기했고, 서울시장은 회신 받은 정보를 토대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독려하는 통지를 발송했다.

헌재는 감염병예방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A씨 청구를 기각하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감염병이 유행하고 신속한 방역조치가 필요한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시적이고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반면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를 이용한 적시적이고 효과적인 방역대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할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인 손실 방지를 위하여도 필요한 것인 점에서 그 공익의 혜택 범위와 효과가 광범위하고 중대하다”고 했다.

관련 정보처리에 대해선 이미 종료됐다는 점 등을 들어 각하했다. 헌재는 “심판청구 당시 이미 이 사건 정보수집은 종료되었고 해당 정보 모두 파기되었으므로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면서 “유사한 기본권침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그 개정조항의 현존으로 인한 것인바, 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관하여 판단하는 이상 이 사건 정보수집에 대해 별도의 심판청구 이익을 인정할 실익이 없다”고 했다.

▲2024년 4월25일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의 공동 논평 관련 이미지
▲2024년 4월25일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의 공동 논평 관련 이미지

5개 법률·인권단체 “헌재, 기본원칙 후퇴해 해석…형식논리로 판단 회피”

이 같은 헌재의 판단을 두고 “광범위한 재량권을 허용함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제점을 정당화”했고 “약 1만명이 넘는 위치정보까지 수집한 이 사건 정보처리를 형식적 논리로서 심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이 25일 공동 성명을 냈다.

이 단체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에게 어떠한 구체적 요건도 없이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병원체보균자 및 감염병의심자에 관한 정보수집의 권한행사를 허용하는 법률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접촉이 의심이 되는 사람도 감염병의심자로 포함시키기고 있다”며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인적사항을 자의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헌재가 밝힌 주된 판단 근거들을 반박했다. ‘심판대상조항이 보건당국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광범위한 제한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데 대해선 “법률에 따른 기본권 제한을 필요최소화해야한다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부인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정 장소에 방문한 일반 시민을 ‘감염병 의심자’로 본 법률조항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을 두고도 “위헌성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 이루어진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사건 관련 정보처리에 대한 위헌성을 판단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봤다. 이들은 “(헌재는) 이 사건 정보처리와 같은 유형의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 사건 정보처리에 의한 위치정보 수집의 문제가 ‘위헌성’이 아닌 ‘위법성’의 문제에 해당한다는 등의 논리로 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다”며 “이는 형식적인 논리로 이 사건 정보처리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회피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상황은 전 세계가 겪었던 위기이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기본권의 제약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세워온 기본원칙에 따른 결정이라기보다 형식적 논리와 방역의 필요성에 치중하여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침해를 정당화한 결정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스스로 세워온 기본원칙을 후퇴하여 해석하고, 형식적 논리로서 헌법적 문제에 관한 판단을 회피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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