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를 예고한 영상 중에 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권 가도를 달리기 위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적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2월13일자 문화일보 유튜브 ‘허민의 뉴스쇼’의 <임종석 자르고, 김경수 제끼고… 이재명의 ‘정적 죽이기’> 영상에 더불어민주당 인사 관련 내용에 허위사실이 있다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 25일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3대2로 ‘시정요구’를 의결했다가 회의 말미 시정요구 전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는 것으로 합의했다. 의견진술 이후 시정요구를 하게 되면 해당 영상엔 접속차단이나 삭제 조치가 이뤄진다.
해당 영상에서 허민 문화일보 전임기자는 “왜 이렇게 친명이 임종석에 대해 공격을 퍼부을까. 그건 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종석 실장을) 거세해야죠”라고 말한다. 이어 “김경수 전 지사만 복권이 안 된 거예요.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죠. 이게 내막을 살펴보니 민주당이 사면복권을 요청한 명단에 (의도적으로) 이 김경수를 빠뜨렸다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라고 주장한다.
‘시정요구’ 의견은 여권 추천 3인이 주도했다. 김우석·이정옥·허연회 위원이다. 윤석열 대통령 관련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대통령 풍자영상 등 사회 혼란으로 들어온 민원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했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의견진술 후 의결이 확정되지만 실제 차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방심위가 내리는 접속차단은 한국에서 못 보도록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 요청하는 방식인데 언론사 영상을 ISP가 차단하기는 어렵다. 어떤 부분이 허위이고 어떤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대통령실이 ‘공작’이라고 주장했던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조차 통신소위는 아무 제재를 내리지 못하고 서울시로 법률 위반 검토를 요청한 전례가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언론사 유튜브를 제재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입법 공백’ 상태일 때는 최소 심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심의한 것 자체가 무리한 월권이다. 저널리즘적 콘텐츠에 대해서 삭제할 수 있는 판단은 법원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문화일보뿐 아니라 1월11일자 조선일보 유튜브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에서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경찰이 의도적으로 현장을 보존하지 않았다는 일부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에도 시정요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이외에도 ‘유동규 라이브’, ‘AforU 아포유’ 등의 유튜브 영상 43건에 같은 의결이 이뤄졌다.
[관련 기사 : 이재명 피습 다룬 조선일보 유튜브에 방심위 ‘시정요구’ 예고]
해당 영상들은 민주당 국민소통위가 “가짜뉴스”라 규정하며 제기한 민원들이다. 가짜뉴스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며 언론사에 대한 방심위 심의를 비판하던 민주당 입장과 배치되는 셈이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민주당 요청서를 보니까 가짜뉴스라고 명백하게 해놨다”며 “가짜뉴스를 우리가 규제하는 게 맞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이러한 민원 제기는 그동안 민주당이 비판하던 방심위 심의를 정당화할 수 있는 기대를 주는 것”이라며 “올바른 방식이 아니고 반복되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회 혼란을 야기시켰다는 민원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요소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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