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응 전략·전술 부재로 참패”
“친윤 지도부? 민심과 괴리된 행동”
“민의 반영된 대표여야 野에 대응 가능”
“첫목회, 3040 공감 플랫폼 만들 것”
국민의힘 원외 조직위원장 15명으로 구성된 ‘첫목회’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2대 총선 서울·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낙선했거나 낙선한 경험이 있던 후보들이 모였다. 항상 큰 선거 패배 후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그룹들은 있었지만, 첫목회는 국민의힘의 미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3040 세대이자 지역 연고가 확실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목회 초대 간사로 선출된 이재영 서울 강동을 위원장은 25일 인터뷰에서 “지역 친화적인 3040 수도권 출마자들이 주축이 됐고, (국민의힘에 취약한) 3040 세대를 겨냥한 공약들을 내며 노력을 했던 후보들”이라며 “총선에서 참패할 때마다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뚜렷한 그룹핑이나 어젠다를 가지고 했던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정권재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당이 정치적으로는 중도,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연령으로는 3040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계속된 패배에 익숙한 무기력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중장기적 과제도 계속 제시할 방침이다. 비록 낙선자 중심이지만 참여자들의 정치적 에너지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전당대회 룰에 목소리를 내고, 장기적으로는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려고 한다”며 “보수가 지금까지 노선이 없고, 설파할 사람도 적고, 공부 모임도 없었으며 특히 다음 세대들이 공유하는 플랫폼이 없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 차원의 전략과 전술이 없었다는 점에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습 과정에서 친윤 진영 인사들이 다시 당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개인의 능력이나 조직력·협상력 등을 떠나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이 위원장은 “지금은 민심과 괴리가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있어서는 안 될 시점인데, 첫 당선인 모임을 지켜본 언론이 대번에 썼던 게 ‘파티’라고 했다. 대패한 정당의 당선된 사람들의 모습이 맞느냐”며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서 매를 맞았으면 최소한 아픈 척이라도 해야 덜 때린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다면 다음에는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를 들고 오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첫목회 초대 간사를 맡은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조직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이번 강동을에 도전을 했지만 낙선을 했다. 이후 어떻게 지냈는가.
“지역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고, 지역 외 분들과도 많은 소통 중이다. 쉬는 시간도 필요했다.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것은 아닌데 ‘첫목회’가 결성이 되고 언론의 관심을 받다 보니 초대 간사로 선임이 됐다.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Q. ‘첫목회’는 어떤 모임의 성격이고 목적은 무엇인가.
“3040세대 서울·수도권 출마자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다. 이들 모두 지역에 친화적인 인물들이고 각 지역에서 3040세대를 겨냥한 공약을 내며 노력을 했던 후보들이다. 15명까지 됐는데 적극적으로 본인들의 정치적 메시지를 내려는 에너지가 있다.
국민의힘이 20대 총선부터 3연속 패하면서 익숙한 무기력에 빠져 있는데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바람직한 전당대회 룰에 목소리를 내고, 장기적으로는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려고 한다.”
Q. 과거에도 총선 패배 뒤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동력이 약화됐다. 첫목회’는 어떻게 다른가.
“큰 선거에서 질 때마다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는 있었다. 다만 뚜렷한 그룹핑이나 어젠다를 가지고 했던 것은 처음 같다. 보수가 지금까지 노선이 없고, 설파할 사람도 적고, 공부 모임도 없었으며 특히 다음 세대들이 공유하는 플랫폼이 없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인재영입을 통해 온 분이 많은데 이들은 한동훈 위원장 시절 당에 들어온 인연이 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재섭이라는 당선된 현역의원도 있다. 지금 당에서 얘기되고 있는 당의 주요 미래권력 자원들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특정인을 위한 모임은 아니지만, 구조적으로 당의 다양한 미래 자원들과 소통이 가능한 구성이기 때문에 어젠다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도 있다. (이전 그룹들과는) 추진 동력에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들이 진행이 되고 있나.
“앞으로 모임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또 가져가야 할 주제는 무엇인지 논의가 있었다. 일단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어야 하고, 당대표 선출에 국민 여론을 50% 반영해야 한다는 현안 얘기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역할론에 대한 의견도 활발하다.”
Q.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한 진단이 시작일 것 같은데. 왜 패배했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용산이 크다고 생각한다. 시계열로 보면 3월 초에 분위기가 좋았다가 3월 말에 급격히 나빠졌다. 그 사이 무엇이 있었나. 이종섭·황상무 사건, 대파 논란이 있었다. 진짜 문제는 정당에 대응할 만한 전략과 전술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레드팀도 없었고 전략을 끌고 나가는 체계 자체가 안 보였다. 2012년만 해도 이슈가 나오면 바로바로 대응하는 전략적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없었다.”
Q. 그래도 이종섭 전 장관과 황상무 전 수석이 자진사퇴를 했다.
“선거 기간은 하루가 한 달 같다고 한다. 대중이 그만큼 정치 이슈에 관심을 가져주는 시기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민심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래서 어떤 이슈가 터지면 유불리를 판단해 빨리 대응하는 게 전략과 전술이다. 그런데 자진사퇴도 점수 다 깎아 먹고 나서야 하는 마이너스 장사를 했다. 전략과 전술,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는 점을 당이 인정해야 한다.”
Q. 정권심판론에 대한 대응도 미비했다.
“야당이 심판론을 들고나왔으면 선택은 두 가지다. 심판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다른 심판론을 내놓든 국민적 시선을 돌릴 이슈를 던지는 것이다. 소위 이·조 심판으로 맞불을 선택했는데, 먹히지 않았다는 것은 초기에 알았다. 그러면 수정해야 하는 게 전략과 전술이다.
그럼에도 이·조 심판론을 유지했다. 역시 두 가지 중 하나다.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던가, 전달이 됐다고 해도 결국 대응할 다른 아이디어나 전략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Q. 한동훈 전 위원장의 책임인가.
“한 전 위원장에 대해 비판이 있는 것은 맞다. 개별 지역의 후보는 바닥 민심 분위기를 알면서도 선거에 들어가면 본인들의 스케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공중전은 중앙당 전략에 맡길 수밖에 없다. 공중전이 제대로 안 되면 다 죽는다. ‘아이언 돔’이 공중 폭격을 막아줘야 지상전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이곳저곳에 포탄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지상전을 할 수가 있겠나.
다만 당시 한 전 위원장은 원톱으로 뛰면서 하루에 13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했다. 어디 앉아서 전략과 전술을 짜는 회의라도 할 수 있었을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들이 있었지만 자기 선거를 지킬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개인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였다.”
Q.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원내외가 함께 아스팔트 정당이 돼야 한다. 바닥 민심으로 더 다가가야 한다는 얘기다. 처절한 마음으로 싸워야 한다. 이번 총선으로 윤심과 당심이 민심과 괴리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민심에 윤심과 당심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실망했지만 우리를 지지해 주셨던 민심, 지지를 했다가 떠난 민심을 달래서 다시 돌려야 한다.”
Q. 최근 국민의힘의 움직임을 보면 ‘도로 친윤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1년 전에 김기현 대표를 뽑은 이유는 하나다. 여소야대에서 야당의 무차별 의회폭주를 막아내려면 당이 대통령실과 조율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로 안정감 있게 민심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연판장 사건이 나왔을 때 굉장히 잘못됐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번 힘을 실어주자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김 전 대표가 사퇴하는 과정이 적절하지 못했다. 대통령과 매번 통화로 소통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본인의 지위와 공천 문제로 이상하게 결별했다.
한동훈 위원장을 세울 때에도 마찬가지다. (소장파 그룹에서는) 한동훈을 반대한 게 아니라 소중한 자산이니 효율적으로 사용하자고 했다. 당대표로서 선거를 이끌려면 경험을 바탕으로 정무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한동훈 같은 셀럽은 전국을 누비며 선거운동에만 집중하도록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런 의견을 무시하고 한 전 위원장을 고집했던 게 ‘친윤’ 진영이었다. 정작 마지막에 윤·한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것도 친윤 아니었나. 친윤·비윤 구분하지 말라고 하는데, 똑같은 사람들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다.”
Q. 친윤 인사들은 전당대회나 원내대표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가.
“큰 틀에서 지금은 그 어떤 행동도 민심과 괴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다 못해 쇼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첫 당선인 모임을 지켜본 언론들이 일제히 파티였다고 썼다. 대패한 정당의 당선된 사람들의 모습이 이게 맞느냐고 비판을 받은 것이다.
특정인의 개별적인 능력과 조직력, 협상력 이런 것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아주 뛰어나다고 전제를 하더라도 친윤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이 매를 들어서 때렸는데 아픈 척이라도 해야 덜 때린다. 아무렇지도 않고 변화가 없다면 다음에는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를 들고 오실 것이다.”
Q. 국민의힘의 전당대회는 어떻게 치러져야 할까.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으로 가는 확실한 표현은 전당대회 룰이다. 22대 국회는 21대보다 훨씬 더 엄혹한 상황일 것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을 막을 수단은 거의 없다. 유일한 것이 국민 여론이다.
그렇다면 국민 여론이 반영된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내가 뽑은 대표이니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줘야 한다. 국민 여론이 반영된 당대표를 선출할 수 있도록 룰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Q. 마지막으로 국민께 드리고 싶은 말.
“과거 보수진영에는 민본이나 미래연대 같은 소장파 그룹이 있었다. ‘남·원·정’ 같이 거물급으로 성장한 정치인도 배출했고, 원내에 진출한 분들이 적지 않다. 그분들도 전에는 원외에서 목소리를 내던 분들이었다. 이후 10여 년 동안 소장파 그룹이 당에 없었는데 첫목회가 공부하는 모임으로서 보수의 이념과 노선을 명확하게 다듬는 역할을 하는 소장파 모임으로 키우고 싶다.
지금은 원외 조직위원장 중심이지만 문호를 개방해 일반 3040세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거 과정에서 보수가 20~40대와 멀어진 것은 분명하게 느꼈다. 이들과 같은 시대를 사는 같은 세대로서, 공감대가 분명히 있는데 그게 전달이 안 된 게 안타깝다. 그분들과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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