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형제·자매와 ‘패륜 가족’에 대한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일명 ‘구하라법’ 입법의 향방이 주목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유류분 소송의 쟁점이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도 등으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회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민법 1112조 1~3호, 민법 1118조에 대해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해야 한다.
해당 조항들이 유류분 상실 사유와 부양 기여분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헌법에 어긋나지만,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이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황수철 제이씨앤파트너스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유류분 인정을 점차 줄여 나가는 첫 단추를 끼운 사건”이라며 “혈연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받아 가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망자 개인의 자유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변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점을 짚고 나섰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피상속인에 대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어릴 때 떠나거나 패륜을 저지른 사람을 핏줄로 인정하는 것이 맞냐는 논란, 상속권 자체를 박탈하라는 견해가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일례로 2019년 11월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숨진 뒤 20년 넘게 연을 끊었다는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상속 재산을 요구하자, 국민적 공분과 함께 상속 제도 전반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에 따라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민법 개정안, 이른바 ‘구하라법’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아직 상임위 문턱도 넘어서지 못한 구하라법은 21대 국회의 회기 종료로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법 개정은 22대 국회의 몫으로 남게 됐다.
한편 유류분 소송의 경향이 피상속인에 대한 ‘패륜적 행위’ 유무는 물론 상속재산 형성 과정과 부양에 대한 기여 정도를 놓고 다투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피상속인을 오랫동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기여상속인이 보답으로 일부 재산을 증여받더라도, 유류분 반환 청구로 인해 이를 고스란히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헌재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형제·자매 소송은 없어지겠지만 앞으로는 패륜, 기여 쪽을 주장하는 소송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황 변호사는 다만 “단순히 ‘모시고 사는 것’만으로 부양 기여도를 인정받기는 어렵다. 캥거루족처럼 얹혀사는 것일 수도 있다”며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병원에 따라가는 정도로는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병시중을 다 들고 생계를 보장할 때야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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