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25일 이번 총선 패인으로 ‘용산 책임론’을 지목했다. 그는 범야권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동안,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경기도 일부 지역 서울 편입론 등 전략은 오판(誤判)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장은 4·10 총선에서 경기 고양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김 부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번 선거는 개인 인물이 아니라 결국 바람이었다. 정권 심판론이 휩쓴 선거였다”며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정책이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대통령의 태도가,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 싫다는 사람들이 (선거 현장에) 많았다. 사람들 마음을 좌우하는 건 콘텐츠가 아니라 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부총장은 “현장에서 행복한 소상공인은 단 한 명도 못 봤다”면서 “경제가 힘들다고 국민들은 아우성인데, 용산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나 관료들은 ‘우리 정부가 잘못한 게 아니다’, ‘수출은 잘 되고 있다’라고만 했다. 사과·대파·양파값이 올라 국민들이 어렵게 돼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추락에도 (윤 정부) 사람들은 딴 얘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니 현장에서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여당이 뭘 하겠나’라는 말에 가슴이 무너졌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집권당과 정부에 국민들은 절망했고, 그게 총선 참패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또 김 부총장은 윤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의 이미지)가 개선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점도 패인으로 짚었다. 그는 “사실이던 아니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고착화돼 버렸다”며 “왜 걸핏하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표현이 언론에 나오나. 대통령이 격노한다고 하면 그걸 보는 국민들은 좋겠나. 그리고 격노해야 할 사람이 대통령인가. 국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김 여사 명품백 논란,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파 논란, 의정 갈등 논란 등 각종 논란 때문이 아니다. 2년 내내 누적된 부정적 이미지가 문제였다”며 “대통령은 우리 당의 얼굴인데,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하면 앞으로 있을 선거도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부총장은 정권 심판론에 대항하기 위해 내세웠던 ‘이조 심판론’ 전략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에서 보니까 국민들 모두 이재명·조국이 나쁜 사람인 걸 알았다”면서도 “‘윤 대통령도 심판 안 받지 않았나’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공허할 정도로 전혀 (그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제가 출마했던 고양에선 서울 편입론에 대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서울 편입도 해줄게’, ‘경기북부특별자치도도 해줄게’, ‘특례시 권한 강화해줄게’ 등 정부·여당 발표는 모두 상충되는 얘기”라며 “민주당 말대로 선거 전략일 뿐, 진정성이 없는 걸로 고양시민들도 받아들이더라”고 했다.
김 부총장은 당 체질 개선이 없으면 당의 미래도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당이 ‘영남 자민련’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을 것”이라며 “영남권 당선자들도 자기 희생을 해주셔야 한다. 모든 게 지금과는 다르게 갈 거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저희들은 국민들의 사랑을 다시 받기 어렵다. 대오각성해 반성하고 변화해달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4·10 총선 후 보름 만에 열린 첫 반성회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 김 부총장을 포함해 서지영 부산 동래 당선자,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행 등 지도부와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위원장 등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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