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에 대해서는 일부 수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보수언론에서 또 한 번 비판을 제기했다. 현재 양측이 영수 회담에 앞서 의제 조율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원’과 ‘채상병 특검법 수용’ ‘야권 추진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의제로 요구하고 있다.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24일 저녁 메인뉴스 ‘앵커칼럼 오늘’ 코너에서 “사막을 가던 낙타가 날이 저물자 천막 주인에게 부탁한다. ‘밖이 추워요. 멋지고 따뜻한 텐트 안으로 코만 밀어 넣으면 안 될까요.’ 부탁을 들어주자 야금야금 머리와 목, 다리와 몸까지 들이밀어 천막을 차지한다. 주인은 쫓겨나 한데서 밤을 지샌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윤정호 앵커는 “이런 식으로 포퓰리즘에 물들어 거덜 난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우리는 빚내서 빚 갚는 나라다. 올해만 27조 원을 국채 이자 갚는 데 써야 하는 형편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국가 부채를 400조원이나 불려놓은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대만이 지난해 25만 원씩 지급한 사례가 있다고 말하는 이 대표를 향해 윤 앵커는 “그건, 반도체 호황 덕에 엄청나게 걷힌 초과 세수를 어디다 쓸까 고민하다 3분의1을 현금으로 나눠준 것”이라며 “온 세계가 코로나 때 현금을 뿌려, 불붙였던 인플레이션을 끄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살인적 물가에 기름을 붓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25만 원이 민생을 되살릴 수나 있겠나”고 물었다.
그는 “코만 넣는 걸로 시작해 결국 천막을 무너뜨리는 낙타를 생각한다”며 “중독성 강한 포퓰리즘의 침범은, 아예 문도 열어주지 말고 딱 끊는 게 상책”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양측이 의제 설정보다 만남 자체를 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고, 한겨레는 운 대통령이 의제를 취사선택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尹 대통령·李 대표 만나는데 의제 정할 필요 있나> 사설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중엔 통과돼선 안 될 법안도 많은데 어떻게 대국민 사과를 하나”라며 “민주당 추미애 당선자는 24일 김건희 여사 특검도 영수 회담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총선 민심을 강조하며 ‘채 해병 특검은 영수 회담에서 피해 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의제 싸움에 갇히면 영수 회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영수 회담은 의제보다는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만나다 보면 협치의 길도 열릴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제 조율에 얽매이지 말고 일단 만나기 바란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윤-이 만남, 민생·특검 방안 모두 열어놓아야> 사설에서 “대통령실이 야당 제안을 자꾸 취사선택하려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입맛에 맞는 의제만 고집한다면 회동의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이 외에도 산적한 민생 현안을 생각하면, 우선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의제 문제로 너무 심하게 신경전을 벌이다 회동도 하기 전에 힘을 다 빼거나, 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양보와 절충의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시작’이지, ‘끝’이 되어선 안 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하길 바란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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