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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색채 옅어진 한은 금통위… 하반기 금리인하 앞당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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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긴축 선호)로 꼽히던 조윤제 위원과 서영경 위원의 임기가 종료되며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 있다. 시장에서는 신임 금통위원의 성향이 드러날 때까지 당분간 금통위에서 매파색이 옅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으로 금통위에 합류한 조윤제(서강대 명예교수)·서영경(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위원은 지난 20일 임기가 종료됐다. 지난 2020년 4월 21일 임기를 시작한 지 4년만이다. 두 위원의 후임으로는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김종화 전 금융결제원장이 추천됐다.

◇ 새 금통위엔 ‘강성 매파’ 없을 듯… 금리 인하 탄력

조윤제·서영경 위원은 금통위에서 매파 성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 위원은 금통위 합류 초기엔 통화정책과 관련해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했지만, 작년 2월 기준금리를 연 3.7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통화긴축 기조와는 다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한은이 시중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 확대를 반대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는 조윤제(왼쪽 세번째)·서영경 금융통화위원(오른쪽 세번째)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는 조윤제(왼쪽 세번째)·서영경 금융통화위원(오른쪽 세번째)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 위원은 임기 초 비둘기파(완화 선호)로 분류됐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면서 매파 성향을 드러냈다. 서 위원은 2021년 10월 열린 금통위에서 연 0.75%였던 기준금리를 1%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2022년 10월 금통위에서는 조윤제·박기영·이승헌 전 금통위원과 함께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것) 단행에 찬성했다.

두 위원이 떠나면서 금통위의 매파색은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아있는 신성환·장용성·황건일 위원(이창용 총재·유상대 부총재 제외) 중 뚜렷하게 매파 성향을 드러낸 위원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신성환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경제학자 출신인 장용성 위원은 매파로 예상됐지만, 아직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새로 합류하는 이수형 교수와 김종화 전 원장도 비둘기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수형 교수는 행시 42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석·박사를 거친 경제학자다. 이런 이력 덕분에 학계와 정부 실무자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원장은 30여 년간 한국은행에 몸담으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두 후보자 모두 정책 기조 측면에서 강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김 전 원장은 금융시장 전문성과 관심을 고려할 때 다소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반면 이 교수는 데이터에 의존한 통화정책에 좀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부동산PF발 내수 부진 장기화… 하반기 피벗 가능성 주목

시장에서는 매파 성향의 금통위원이 줄어들면서 하반기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6.3%까지 치솟은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을 잡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작년 1월까지 금리를 3%p 올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3.5%로, 2008년 11월(4.0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모습. /연합뉴스

1년 8개월째 지속된 고강도 긴축의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1%를 기록하면서 3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엔데믹 직후 상승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고금리로 가계부채도 줄었다. 2022년 말 기준 금융당국이 집계한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보다 8조7000억원 감소했다.

물론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국제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잡히지 않는 농산물 물가도 문제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1~3월 평균 과일·채소가격 상승률은 무려 36.9%였다. 주요 7개국(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상승률이 10% 안팎에 불과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로 인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한은의 금리인하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발간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그 근거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심화로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이 1년 전보다 20%가 넘게 줄어든 점 등을 언급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인하의 시작을 빠르면 8월, 인하 폭은 50bp(1bp=0.01%포인트)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은 하반기 인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굳이 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통제가 불가한 대외적인 물가 상방 리스크가 좀 더 큰 것이 사실이므로 현 상황에 대해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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