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언론인과 언론단체,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을 막고 방송3법 재추진 등 언론개혁을 위한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90개 단체가 이름을 올린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한국방송기자연합회 등 6개 단체, 더불어민주당 등 8개 야당이 참여한 ‘입틀막 거부! 언론장악 저지! 제22대 국회 1호 입법 다짐대회’가 진행됐다. 이들은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된 방송3법 재추진 △윤석열 정부의 위법적 방송장악·언론탄압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방안을 마련할 국회 미디어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박성호 한국방송기자연합회장은 방송3법 재추진과 무분별한 방송심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박 회장은 “정권의 임기가 5년이지 방송의 임기가 5년이 아니다”라며 “방송법을 재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를 찾지 못한다”며 “공영방송을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회장은 “검열기구로 착각하고 각종 표적 정치심의를 일삼는 방송심의기구에 대한 근본적 개혁도 새 국회가 나서주시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회장은 “현장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아 분석해 보도해도 그것이 가짜뉴스로 지목당하고 그것에 진위를 밝히기 위해 온 국민이 청력테스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언급하면서 “진실을 찾아 보도한 기사들이 고소·고발당하고, 회칼로 테러당할 수 있는 협박을 대통령실의 수석으로부터 듣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8개 야당도 현 정부의 언론관을 비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현 정부의 방송장악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했다.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망가뜨리고, 두 번째로 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들을 탈탈 털어 해임한 다음 방통위가 추천한 이사들이 용산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한다”며 “네번째는 방송사 사장과 이사를 해임하지 못한 MBC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위촉한 방통심의위를 통해 무지막지한 징계로 탄압한다”는 비판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민주당 언론특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만남에서 어떤 의제들이 조율될지 아직 안갯속이지만 언론탄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21대 국회때 야4당 공대위를 만들어 방송3법은 물론 방통위원장 탄핵을 주도했는데 22대 국회에서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니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을 저지하는데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KBS가 4월18일 예정됐던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방영을 취소한 것에 대해 “방영일자가 4월10일(선거일) 이후였는데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며 “공영방송의 품위와 사명을 내던진 KBS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과거 언론인 손석희씨가 했던 말을 인용하겠다”며 “권력을 두려워하지 말고, 권력이 두려워하는 언론, 힘없는 자들을 두려워하는 언론이 되자”라고 한 뒤 “언론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힘 없는 사람, 국민을 두려워하는 대통령, 국민을 두려워하는 국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준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권한대행은 “조지 오웰이 쓴 ‘1984’란 소설을 보면 독재자 빅브라더는 사람들 사고를 통제하기 위해 언어를 먼저 통제하는데 선거 시기 정부여당의 언론 길들이기 행태는 빅브라더를 뺨친다”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사실상 여당의 민원처리기구로 전락해 여당이 기획된 민원을 넣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방위는 제재에 착수했다”고 비판했다. 오 권한대행은 “대통령 장모 가석방 논란 보도가 선거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진실을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 편에 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정우진 사회민주당 공동대표는 “숨겨야 할 것이 많고 감춰야 할 치부가 많을수록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는데 이미 대한민국 역사에서 우리가 모두 확인했던 부분”이라며 “22대 국회의 임무가 막중한데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저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상균 열린민주당 대표도 “언론은 정권 친화적 보도를 하는 정치 행위의 주체가 아니라 공정하고 객관적 보도를 통해 시민들이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우리의 자유와 인권도 위협받는다”고 했다.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은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는 윤석열 정부 들어와 추락하고 있다”며 “언론이 시대의 진실이 되지 못하고 소음으로 만드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는 지난 정부때 41~43위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 들어 47위로 떨어졌다. 양 의원은 “방송장악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방송3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즉각 사과하길 바란다”며 “정의당은 비록 원외에 있지만 언론자유를 위해 여러분들과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절대 언론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는 게 아니고 윤석열 정부는 음치이고 박치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이라며 “언론을 장악한다고 명가수를 만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 각당의 당리와 당략을 넘고 진영을 넘어서 여러 정당 대표들께서 함께 해주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벌어진 언론현장의 참상이 사회의 상식과 합의를 내동댕이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인데 언론이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상식, 대통령을 풍자해도 여러사람이 웃고 넘어가면 된다는 상식, 대통령 권력은 언론의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는 사회의 합의가 깨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하는 방송3법의 재입법, 언론탄압에 대한 국정조사, 전면적 언론개혁을 위한 국회 미디어개혁특위 설치는 이러한 상식과 합리를 복원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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