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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의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상당히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가 서부 홍해 인근에 건설되는 네옴시티의 핵심사업 ‘더 라인’ 신도시 계획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서쪽 사막에 폭 200m·높이 500m·길이 170㎞의 거대 유리 벽 도시를 만들어 인구 150만명을 거주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현재 개발 속도로 보면 더 라인은 길이 2.4㎞에 수용 인구는 30만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계획과 비해 규모가 줄면서 ‘네옴시티는 허상’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사우디 정부는 이달 중 전 세계은행 관계자 수백 명을 네옴시티 현장으로 초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공사 현장 견학이 핵심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사우디는 네옴시티와 관련한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지만, 주로 모형이나 영상을 보여주고 보안 등의 이유로 현장을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통신은 “실제 네옴시티 공사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들의 관심을 자극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인 대규모 투자자 초청 행사를 두고 “네옴시티가 직면한 자금난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 사업비를 대야 하는 사우디국부펀드(PIF)가 최근 첨단산업과 스포츠 이벤트 등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면서 보유 현금이 1년 사이 5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급감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순이익이 지난해 25% 감소하는 등 오일머니 투입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오일머니를 자랑하는 사우디에게도 세상에 없는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네옴시티를 실제 완성하는 데는 기존보다 3배 이상 많은 1조 5000억 달러(약 2067조원)가 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 올해 예산(약 657조원)의 3배 이상이다.
더 라인의 경우 롯데월드타워(높이 555m)와 비슷한 초고층 빌딩 2개를 서울~대전(약 140㎞) 보다 긴 거리에 일직선으로 짓겠다고 했는데, 건축 전문가 대부분은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오스트리아의 민간 연구기관 ‘복잡성 과학 허브’ 연구진은 더 라인이 고층 건물로 이뤄져 엘리베이터, 인공 조명 등의 사용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고, 직선 도시로 통근 시간이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건축가 에티엔 부아브도는 도시 디자인을 보고 “건축 디자이너가 아닌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가 만든 것 같다”면서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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