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다음주에 하루 휴진하고, 앞으로 주 1회 정기 휴진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와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각각 이달 30일과 다음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
2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3일 “장기화된 비상 상황에서 주당 70~100시간 이상 근무로 정신과 육체가 한계에 도달해 다음주 하루 휴진하기로 했다”며 “예정대로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전의비에 참여하던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미 이번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 휴진을 결정한 상태다. 전공의 자리를 메우던 교수들마저 자리를 비우겠다는 예고로 신문들은 1면에서 ‘의료대란 심화’를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전공의의 빈자리를 교수들이 두 달 이상 지켜온 데 따른 한계 상황,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정을 앞두고 정부에 대한 압박을 높일 필요성 등이 배경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의료진 소진에 따른 환자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달 말 내년도 대학입시전형계획 변경안 제출이 임박하자 정부를 최대한 압박해 의대정원 정책을 저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이달 말로 예정된 내년 의대정원 확정)시점에 맞춰 대정부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세계일보는 “‘주 1회 셧다운’을 적용하는 대학 병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진료 및 수술 차질 확산에 따른 최악의 의료대란이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제한적이나마 대형병원 ‘셧다운’이 현실화하면 의료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 환자들은 ‘목숨을 볼모로 의사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느냐’며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의료공백이 한층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의대 교수가 사직하려면 대학 총장 승인 등이 필요해 사직서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진료를 중단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교수들이 ‘휴진’으로 우회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으로 의대정원 확대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의협도 “전공의, 교수들, 의협은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태도 변화가 없다.
4년만에 열린 아시아 첫 기후위기 소송…신문들 사설
헌법재판소가 23일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시민들의 ‘기후소송’에 대한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헌법소원에 나선 뒤 4년1개월여 만이고, 아시아권에서 최초의 기후소송이다. 이날 변론은 3개 신문 1면에 올랐다.
1면에 보도한 한겨레는 기후 소송의 골자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부족해 국민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후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대 ‘무리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기업경쟁력 약화와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로 전했다.
변론은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낸 헌법소원과 이후 시민과 영유아 등이 청구한 다른 3건의 기후소송이 병합돼 진행됐으며 청구인은 모두 255명이다. 한겨레는 “이번 공개변론은 사안 중대성과 파급력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두차례로 나눠 진행된다”고 했다. 2차 변론은 다음달 21일 예정됐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최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다양한 결정이 선고됐고 최근엔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려 국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며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했다.
청구인 측은 ‘정부가 정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책임을 외면하고 후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위헌을 주장했다. 현재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도록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그 시행령으로 규정했는데, 이것이 불충분해 시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배출량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기본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독일의 경우 2021년 헌재에 해당하는 연방헌법재판소가 기후보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대폭 조정됐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를 감축하려던 당초 목표가 65% 감축으로 강화됐고, 2050년이던 탄소중립 시점은 2045년으로 5년 앞당겨졌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아시아 첫 기후위기 헌재 소송을 주목하는 이유>에서 “세계 곳곳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정부·공공기관에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후위기의 심각한 현실, 정부의 미진한 대응, 헌재 결정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국내외 시민들이 이 소송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4년 지나 열린 기후소송 변론, 결정까지 늦어져선 안 된다>에서 “본격 심리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기후소송 승소 판결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이번 소송이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숙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미 인권보고서 ‘윤 명예훼손 보도 징계’ 언급
미국 국무부가 펴낸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김만배씨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대한 한국 정부 측의 과징금 부과를 언급했다. 신문들마다 미 인권보고서에서 언급한 국가와 대목이 달라 눈길을 끈다.
한겨레는 미 국무부가 22일 발간한 인권보고서 한국편 ‘표현의 자유’ 항목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윤석열 후보가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 조사에 착수했다고 썼다. 지난해 9월 신 전 전문위원이 김씨로부터 책값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 방심위가 4개 방송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가 “비판적 언론을 억압하려는 조직적 시도”라는 성명을 내놨다고도 전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인터뷰 내용의 진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KBS·MBC 등에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법원이 방송사들이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잇달아 받아들였다.
세계일보와 조선일보는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 가운데 북한 인권 관련 내용만 언급했다. 이들 신문은 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해 즉결 처형과 고문이 이어지고,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가 완화되면서 탈북자 강제 북송이 재개됐다는 보도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보고서가 북한 내 정권에 의한 불법적·자의적 살인, 강제 실종, 고문, 아동 노동 등 비인도적 행위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며 “북한 부분은 작년과 내용이 대동소이”라고 전했다.
방심위 또 MBC·YTN 징계에 ‘답정너 제재’
방심위가 MBC라디오의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방송과 YTN의 ‘YTN 최대주주 변경’ 자사 입장 보도에 모두 법정제재를 의결하면서 신문들의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해)’ 제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방심위, 또 MBC 보도 법정제재…이번엔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한겨레는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보도…방심위 ‘답정너 제재’> 기사를 냈다.
한국일보는 <공정성 내세워 칼 휘두르는 방심위…학계 등 “조항 폐지해야”> 기사에서 “방심위가 MBC의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보도를 비롯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연일 중징계하고 있다. 징계 근거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방송심의 규정의 ‘공정성’ 조항”이라며 “학계 등에서는 방심위의 무리한 징계의 근본 원인인 이 조항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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