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은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1분기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3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위해 투자를 서둘렀는데, 결과적으로 혜택보다 때이른 투자 결정으로 인한 실적 악화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SK온 29일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삼성SDI도 30일 실적을 공개한다.
국내 1위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잠정실적은 각각 6조1287억원, 157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9.9%, 75.2%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IRA 세제혜택 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 적자는 충당금으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2021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전기차 수요 부진과 함께 주요 메탈가격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래깅) 영향 등이 지속되며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했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올 1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최근 SK온의 1분기 영업적자가 4231억원(영업이익률 -21.6%)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867억원의 세액공제를 포함한 금액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판가 하락과 미국 공장 라인 전환 등 판매량 감소가 동반되며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00억원 중반대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어든 규모다. 3사 중 IRA 세액공제를 제외하고 유일한 흑자를 낸 것이 위안거리다.
전체 업황에 부침이 있더라도 대체로 일정한 수요가 유지되는 프리미엄 전기차 위주의 배터리 공급이 삼성SDI의 상대적 실적 선방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북미 생산거점을 아직 가동하고 있지 않아 AMPC 수혜도 없다.
기아,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보릿고개’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는 5일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26년까지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2027년 114만대로 조정했다. 그동안 2026년으로 내다본 100만대 판매 목표를 1년 늦춘 것이다.
포드도 4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인 3열 SUV 전기차 출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춘다고 발표해다.
폭스바겐은 2023년 11월 동유럽에 짓기로 했던 배터리 공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최근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최대 50%로 확대하는 기존 전동화 계획을 5년 더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배터리 소재가 되는 리튬을 비롯한 니켈, 구리 등 메탈 가격이 2월 초부터 반등한 가운데 배터리 업계 실적이 1분기에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 흐름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섹터는 2023년 2분기부터 주요 기업의 실적 쇼크와 다음 분기 실적 감익 전망이 제시됐다”며 “올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는 기대치는 낮지만 5개 분기 만에 실적 쇼크 없이 전 분기 대비 다음 분기 증익 전망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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