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총영사 등 182명 26일까지 서울서 회의
조태열 “발로 뛰는 외교로 시대 변화…민첩 대응해야”
대통령과 만찬도…”원팀 정신으로 각오 다지는 계기 되길”
정 대사 “폭언도, 욕설도, 갑질도 없었다” 의혹 부인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공관장들이 한데 모여 외교 전략을 모색하는 재외공관장 회의가 22일부터 시작됐다. 26일까지 닷새간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는 ‘갑질 논란’으로 현지 조사를 받고 있는 정재호 주중대사도 참석했다. 정 대사는 해당 논란을 부인했다.
대사, 총영사 등 182명의 재외공관장은 이날 오전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로 모여들었다.
재외공관장들은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했다.
개회사에 나선 조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기치로 내건 글로벌중추국가 비전을 두고 “지정학적 숙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더 큰 역할과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남북관계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지정학적 환경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때그때 상황 논리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익숙했다”며 “그런 자세로 외교를 다루기엔 지정학적 위기가 너무 복합적이고 우리의 국력과 위상, 국제사회의 기대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국익을 수호하며 자유·평화·번영에 적극 기여하는 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치열한 고민과 토론, 결단과 책임이 따른다”라며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적 전환기에 과거를 답습하는 외교는 설 자리가 없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와 발로 뛰는 외교로 시대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과의 외교 방향성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조 장관은 한미관계에 대해 “핵 기반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확장억제 실행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한미일 협력을 속도감 있게 제도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관계에 관해서는 “양국관계 개선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나가는 한편 민감한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면서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도록 적극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관계는 내달 26일 즈음 서울 개최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 한일중 정상회의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중국과는 원칙 있는 외교 기조를 견지하는 가운데 경제·인문 교류 등 갈등이 적은 분야부터 성과를 축적해 상호 신뢰의 기반을 튼튼히 다질 것”이라며 “한일중 정상회의가 양국관계 발전을 추동토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을 지속하며 역내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본적 제약 요소가 있지만 최대한 전략적으로 관리해나가고자 한다”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 진출 우리 기업과 교민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권고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사실도 언급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올해부터 2년간 맡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라며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은 두 국가 해법에 기반을 둔 정치적 프로세스를 촉진해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재외공관장들은 외교부 업무 방향 발표와 첫번째 주제 토론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튼튼한 안보 외교’를 주제로 진행된 첫번째 토론일정은 총 2부로 구성됐는데, 1부 토의에서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김홍균 제1차관이 주재한 2부 토의에서는 흔들림 없는 북한 비핵화와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 추진, 미·일·중·러 등 주요국과의 관계 관리·강화 방안에 대한 토의가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공관장들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핵개발을 단념시키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관장들은 자유·민주주의 연대의 핵심 우방국인 미국·일본과 공조를 강화하여,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서 한미동맹의 깊이와 외연을 확장하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날 재외공관장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공관장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이번 공관장 회의가 우리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대통령과 모든 공관장, 그리고 외교부가 원팀 정신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우리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자유에 초점을 두면서 북한 주민들의 완전한 자유를 실현하는 통일을 지향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며 “재외공관에서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와 지원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전례 없는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더 큰 대한민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공관장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전 재외공관장들이 경제외교와 민생외교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해외를 방문하는 국민과 재외동포들을 적극 지원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동향에 대한 정보 보고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최근 직원 ‘갑질’ 논란으로 내부 감사를 받는 정재호 주중대사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정 주중대사는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개회식 후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폭언도 없고, 욕설도 없고, 갑질도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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