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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과대망상증’을 앓는가…총선 패배가 저의 패배?

최보식의언론 조회수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교수]

나는 내 지도학생들에게 ‘열심해 했다’는 이야기는 학부 때까지만 적용되는 판단 기준이라고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잘 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어린애들이야 아직 능력이 개발 중이니 열심히 하는 것을 인정해준다. 열심히 하다보면 잘할 수 있는 날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의 세상, 프로의 세상은 아니다. 잘 해야 하고 결과로 판단된다.

보수권에서 ‘한동훈이 열심히 했다’는 후한 평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는 죽기살기로 열심히 했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한동훈의 시간’이 오고, 별을 딸 수있는데 누군들 그 자리에 있으면 열심히 안 하겠는가?

하지만 그는 잘하기는 커녕 선거를 완전히 망쳤다. 윤 대통령이 주된 원인이지만 윤통과의 관계 설정과 역할 분담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 요소라는 것 삼척동자도 다 알고 시작한 일이다. 그는 그걸 해내지 못했고 전략도 선거 프레임도 없었다.

나는 부정 평가가 압도적인 윤 대통령을 두고 선거를 치루면 전두환-노태우처럼 good cop – bad cop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도 연출할 줄 알았다. 윤통이 Bad cop을 하고 거기에 단호하게 맞서며 good cop 역할을 해서 중도 청년들에게 변화의 희망이 있는 정당으로 인식시키는 연출이라도 하겠지 했었다. 대통령은 인기없고 경제는 나쁘니 6.29 선언과 같은 극적 연출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없었다. 기회는 있었다. 김건희 특검과 의정갈등, 이종섭 호주 대사 등 있었다. 김건희 특검 거부권이 행사되고 윤통에게 ’90도 폴더 인사’하는 순간 선거는 끝났었다. 그리고 의사 정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윤 대통령의 불순한 선거 지원 시도를 보면서 여당이 전략도 정무 감각도 파산한 집단이라는게 분명했다.

뭘 보고 ‘그만하면 한동훈이 잘했다’는지 나는 이해가 안된다. 여당이 이렇게 큰 차이로 져본 선거가 어디 있다고 탄핵 후 야당으로 대패한 지난번 선거보다 몇 석 늘었다고, ‘영남 자민련’이 된 결과를 위안하는 정신 승리의 언급을 보면서 아직 어른이 안된 어린애들의 판단 기준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전략이 없이 즉흥적 선거를 치루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거대한 공약을 터트리고도 대전 충남에서 몰살당한 것을 봐도 안다.

패색이 완연해서 발표하니 아무도 실현 가능성을 안 믿은 것이다. 그리고 세종시가 대전과 천안의 경기를 위축시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학습을 주민들이 이미 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사전에 준비된 전략적 공약이 아니라 급하니 막 던져본 이슈라는 뜻이다.

열심히 했겠지만, 아주 잘못 했다. 그 패배의 비용은 낙선한 후보와 좌파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진다. 한동훈은 아무 것도 책임지는 게 없다. 비대위원장 자리도 정당의 당원이 아니라 ‘셀프 쿠데타’로 얻어 찬 자리로 정당성 없는 자리였다.

한동훈은 20일 홍준표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당의 선거 패배를 ‘개인의 패배’로 치부하는 이런 과대망상증 어이없다. 그 패배가 국민의 삶과 나라에 얼마나 중차대한 영향을 주는데. 진심으로 본인 개인에 의한 패배라면 정치에 다시는 얼씬거리지 않겠다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

내가 한동훈의 말에 토를 다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한동훈 개인의 정치적 성공은 그의 관심사지만 여당의 선거 실패는 개인의 일이 아니다.

한동훈 개인의 결함으로 얼버무리면 안된다. 대통령, 당의 지도부, 공천권이 무서워 대통령 눈치나 보며 지낸 의원들, 대통령이 정당 민주주의를 짓밟아도 물개 박수나 치던 당원들, 선거 전략을 짜는 씽크탱크, 그 모두 무엇이 이런 절망적 실패를 가져왔는지 따져야 실패의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이 당은 4년 전에도 실패의 백서도 못내고 얼버무리고 넘어 갔다. 그래서 부정선거 응모론이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실패한 정당이 왜 졌는지를 안 밝혔기 때문이다. 

또 ‘내 책임이다’와 ‘책임진다’는 다른 말이다. ‘내 책임이다’는 내 탓, 나의 능력 부족과 실책 때문이라는 말이다. 내 책임이라는 말이 진심이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정치적 능력의 부족을 알았으면 정치 안 하는게 국가와 국민에게 책임지는 일이고 옳은 일이다. 책임을 지지않고 ‘내 책임’이라는 말은 진정성없는 립서비스다.

나는 보수주의자로 보수 정당의 눈에 뻔히 보이는 실패들에 진절머리가 나고 화나있다.

#한동훈 홍준표, #패배책임, #최보식

최보식의언론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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