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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효소?…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효소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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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의류쓰레기 생분해 후 재활용…기존 대비 에너지·비용 ↓

프랑스 바이오테크, 2025년 효소 이용한 플라스틱 재활용 상업화

1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4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에 참석한 우베 보른쇼이어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 교수. /사진=박건희 기자

건강보조식품으로 잘 알려진 ‘효소’가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구원투수로 떠오른다. 유럽에선 효소를 이용해 페트병, 의류 등에서 나온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를 고순도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기술이 연구실을 넘어 이미 산업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 1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4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한 우베 보른쇼이어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 교수는 효소(Enzyme)로 녹조현상을 해결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고 있다.

효소는 생체 내의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이다. 자기 자신은 변하지 않지만,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 반응에 참여해 물질들의 반응 속도를 높이는 유용한 촉매다. 최근엔 유용한 효소만 선별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효소의 가능성이 제대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프랜시스 아널드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칼텍) 화학공학부 교수가 효소를 인공적으로 개량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이 연구로 아널드 교수는 2018년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인류의 삶을 가장 이롭게 하기 위해 유전자 변화와 선택이라는 자연의 원리를 단백질 개발에 적용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른바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진화의 원리를 응용했다. 단백질이 들어있는 모든 생체는 염기서열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게 된다. 단백질의 한 종류인 효소도 마찬가지다. 아널드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 효소들을 만들어 이들 중 의도한 화학 반응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돌연변이들만을 선별하는 방법을 찾았다.

201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프랜시스 아널드 칼텍 교수. /사진=위키미디어

보른쇼이어 교수는 이렇게 선별된 효소를 이용해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게 합성 고분자로 이뤄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효소로 생분해하는 방법이다. 페트병, 포장재, 의류 등의 소재로 쓰이는 PET, 폴리에스터 등을 분해해 회수하려면 고온에서 오랜 시간 가열해야 한다. 소모되는 에너지와 비용이 만만찮다. 또 회수가 반복될수록 품질이 떨어져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

반면 PET 등의 합성 고분자 분해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효소를 이용하면 에너지를 훨씬 절약할 수 있다. 보른쇼이어 교수는 “비교적 무난한 조건의 온도, 수소이온농도(PH) 환경에서도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해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엔 일본 요시다 쇼스케 교토대 연구팀이 PET 분해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효소 2종을 발견한 바 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가 연구진으로 참여중인 프랑스 바이오테크 기업 ‘카르비오스(Carvios)’는 효소로 페트병과 합성섬유를 분해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산업적으로 실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보른쇼이어 교수는 “산업화까지 약 10년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카르비오스와 연구진이 효소 연구를 시작한 건 8년 전이다. 각종 실험을 거쳐 논문을 발표하고 상용화를 위한 실증시험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2025년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 이것도 꽤 빠른 속도”라며 “연구실 수준에서는 1년이면 방법을 찾아내지만,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시스템·규제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훌륭한 연구를 넘어 상용화까지 가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문제를 해결할 효소를 찾고 효소의 기능을 개선한 후 적절한 파트너 기업까지 찾아야 비로소 상용화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오염이 전 지구가 당면한 문제인 만큼, 다양한 국가의 여러 연구자가 서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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