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일부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격 수용했다.
이로써 지난달 정부 배분으로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모두 증원분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대학들 조정 결과에 따라 2000명이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1000~1700명대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뒤 연 브리핑에서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올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지난 18일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해 신입생을 모집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내용을 전면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건의안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대학들의 자율 조정 동참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방침이었는데, 이 규모가 최소 1000여 명에서 최대 1700여 명으로 조정될 수 있다. 건의문을 낸 6개 대학은 2025학년도에 모두 598명의 의대 정원을 추가로 배정받았다. 6개 대학 모두 절반만 늘리겠다고 하면 전체 증원 규모는 2000명에서 1701명이 된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한겨레에 “우리 대학은 연착륙을 위해 50%로 증원분을 줄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6곳 외에 다른 국립대학이 증원분 50% 축소에 모두 동참하면 증원 규모는 1500여 명이 되고, 정원이 추가 배정된 32개 의대가 같은 비율로 축소 조정을 하면 증원 규모는 1000명까지 줄게 된다. 다만 축소된 증원 규모가 내년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정부는 의대 정원이 늘어난 대학들에 2000명 증원분을 반영해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2026,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의료계에서 과학적 근거에 따른 통일된 안이 나오면 항상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도 동시에 밝혔다.
건의문 제출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대학들은 의대 증원분이 줄어들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그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 지역 사립대 총장은 “국립대 총장들의 제안에 공감한다”면서도 “내부 논의를 해야 하지만 소규모 의대로서는 줄이더라도 소수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사립대 총장도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우리 대학은 애초 증원을 많이 하지 않아서 자율 조정의 의미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사단체들은 2000명 증원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이번 증원 규모 조정이 의-정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제안에 동참하지 않은 일부 국립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총 정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안이 아니어서 당장 발등의 불인 의대 학생들의 수업 복귀를 비롯해 여러 중차대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김민제, 신민정 기자 /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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