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이촌1동 68.26%, 한남동 63.33%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21대·22대 총선 서울 용산에서 두 차례 맞붙었다. 권영세 의원은 두 번 모두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강태웅 후보에게 신승했다. 권 의원이 용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동부이촌동’과 ‘한남동’ 등 부촌에서 표가 무더기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권영세 의원은 51.78%(6만6583명), 강태웅 후보는 47.03%(6만473명)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동안 용산은 여론조사 결과도 엎치락뒤치락하며 판세는 안갯속이었다.
총선 당일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는 강 후보가 50.3%로, 권 의원(49.3%)을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맞붙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똑같은 양상이었다. 21대 총선에서 권 의원은 47.8%로 강 후보(47.14%)를 어렵게 이겼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에선 강 후보(47.1%)가 권 의원(46.9%)을 앞질렀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승리했다. 용산은 대통령실이 위치한 곳이기에 정권심판론의 상징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용산이 국민의힘에 겨우 0.66%p(890표)로 패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선 승산이 있는 지역으로 봤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선거 운동 시작과 마지막을 알리는 행사를 모두 용산에서 열었다. ‘윤석열 정권 심판’ 여론을 부각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무당층 표심을 끌어오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총선 출정식을 용산에서 대대적으로 치렀고,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대장동 재판에 출석한 뒤 ‘피날레 유세’도 용산에서 이끌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정권심판론 부각도 ‘부동산의 힘’을 넘지는 못했다. 용산 개표가 시작되면서 권 의원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은 ‘동부이촌동’과 ‘한남동’ 표가 열리기 시작하면서다. 모두 아파트값이 높은 ‘부동산 표심’이 높은 곳이다.
용산은 한남동과 이촌동·서빙고동 등 서울 대표적인 부촌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촌동에는 LG한강자이와 한가람 아파트 등 고가 아파트 단지와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한강맨션 아파트 등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권 의원은 한남동·동부이촌동(이촌1동), 서빙고동에서 6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같은 곳에서 강 후보 득표율은 30%대에 머물렀다.
권 의원은 이촌1동에서 68.26%, 서빙고동에서 65.19%, 한남동에서 63.33%를 얻었다. 같은 지역에서 강 후보는 35.86%, 33.47%, 35.36%를 얻었다. 이곳 세 지역은 선거인수가 각각 5691명, 9156명, 1만2853명으로 득표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 동을 제외한 빌라와 상권으로 이뤄진 염리동·청파동·대흥동·신수동·도화동 등 다른 다수의 동에서는 강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권 의원이 수도권 전반에서 나타났던 높은 정권심판론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의 개인기보다는 부동산 표심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역대 9번 총선 결과를 보면 용산에선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 후보를 7번, 민주당 계열 진보정당 후보를 2번 선택했다. 그러나 용산에서 네 차례 당선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7·18·19대에서 보수정당에 몸을 담았다가 20대에 공천에 탈락하면서 민주당으로 당을 옮겨 당선됐으므로, 사실상 완벽한 진보정당 후보 당선은 16대 설송웅(새천년민주당) 전 의원 뿐으로 볼 수도 있겠다.
보수세가 강한 용산에서 민주당이 박빙의 결과를 보일 만큼 선전한 것은, 부동산 표심에 기대 권 의원의 개인기가 용산 주민들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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