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직급체계 전반과 승진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하는 개편안을 두고 보직자 권한·대우는 강화하면서 저연차 승진 문을 좁히는 줄 세우기식 개악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KBS 사측은 19일 오후 ‘KBS 직급체계 및 승진제도 개선안’에 대한 전 직원 설명회를 연다. 미디어오늘이 18일 입수한 사측안에 따르면 KBS는 직위와 직급을 일치시키고, 직위·직급별 정원을 재조정하며, 승진제도 및 역량평가 등 전반에 걸친 개편을 추진한다.
통상 근무 연한 등에 비례해 승급되는 직급과, 직무·보직 등에 해당하는 직위를 통일시킨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사측은 직급체계 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기존 책임직급 정원을 763명에서 1130명으로 늘리고, 실무직급 정원은 4485명에서 4630명으로 감소하게 된다고 제시했다.
이를 받아든 KBS 내부에선 ‘사다리 걷어차기’ ‘저연차 쥐어짜기’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측안은 책임직급 정원을 늘린다면서 “책임자가 교체되어도 기존 책임자는 해당 직급에 잔류”하며 “해당 직급보다 하향한 직위 부여 제한” 등의 단서를 밝히고 있다. 기존에는 간부급 인사(팀장, 부장, 센터장·국장 등 M3~M1)들이 보직을 마치면 실무직급(G7~G0)으로 돌아갔지만, 개편 시 한 번 책임자급으로 올라간 이들의 직위·직급은 하향 조정되지 않기에 팀장급으로의 승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부서내 구성원 대비 보직자 수가 적은 취재·제작 부서가 불이익을 겪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위자·차상위자가 맡았던 역량평가 주체를 차차상위자까지 확대하는 ‘3차 역량평가 도입 및 대우 평가 신설’도 우려를 부르고 있다. KBS 사측은 팀장·부장이 맡던 평직원 역량평가 주체를 국장까지 확대하고, 본부장급 이상은 사장의 평가 단계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팀장·부장 4대6의 평가 비중은 팀장·부장·국장 4대4대2, 국장급 이상의 경우 본부장·부사장 4대6에서 본부장·부사장·사장 4대4대2 비중의 평가가 반영된다.
이 밖에 사측은 근무성적 불량이 ‘연속 3회’인 경우 적용하던 삼진아웃제를, ‘5년 내 누적 3회’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근무성적 불량자에 대해선 3개월 이내에 기본역량(책임감·태도), 공통역량(자기관리·대인관리·변화관리·성과관리), 직무역량(관련 직무 실무·업무도구 활용), 동기부여(경력상담·심리안정) 등의 집중 교육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전 직원 대상 설명회를 앞두고 17일 사측 설명을 들은 KBS 노조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사측의 안을 종합하면 현 박민 체제의 책임자이자 평가자인 보직자들의 권한과 대우는 강화하고 G3 이하(대졸 신입 기준 5~8년차) 평직원들은 보직자들의 뜻을 거스르기 힘든 구조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자명하다”며 “사측안대로 직급체계와 평가제도가 개편되면 KBS에서 공정방송을 위해 구성원들이 목소리 내기란 더욱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측 안대로 직급체계가 개편된다면 G3직급의 승급 가능성이 기존 직급체계 대비해 얼마나 줄어드는지 명확한 수치를 제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인적자원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상치도 내놓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구성원들과의 숙의절차를 통해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KBS같이(가치)노동조합도 같은 날 사측 안을 “사다리 걷어차기” “주니어 쥐어짜기 안”이라고 규정하며 “원점에서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같이노조는 “회사가 지난 반 년간 낸 인사는 진영 챙기기에 더 가까웠다. 능력주의 인사와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회사의 개편안은 줄세우기를 더욱 공고히 할 뿐”이라고 했다.
사측안이 “방송의 특성”과 “현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같이노조는 “보직 없이 프로그램으로 성과를 내는 프로듀서도,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활약하는 기자도 있다. 회사는 설명회에서 전문가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였으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라며 “팀장 이상의 보직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서 근무자에게는 개편안으로 인해 승진 기회 불균형이 가중되어 동기부여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이 이런 반대을 무릅쓰고 7월 도입을 목표로 직급체계·승진제도 개편을 밀어붙일 거란 전망도 있다. KBS는 과반노조가 없기에 전 직원 기준으로 동의율 50%를 넘으면 개편안을 도입할 수 있다. KBS 사측안에 명시된 현원 기준으로 전체 직원(3900명) 대비 16%가량(630명)이 책임직급이다.
한편 직급체계 개편은 최근 박민 사장 체제 KBS 장악을 위한 시나리오로 의심되고 있는 ‘대외비 문건’에도 언급된 내용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4일 공개한 문건 일부는 “불합리한 인사제도 혁신”을 목표로 “직급 및 직위 일치”에 중점을 둔 직급체계 개선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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