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체제 기자가 흉기에 찔린 사건이 발생한 지 3주 만에 이란 관련 보도를 하는 언론인들이 살해 위협, 협박, 감시에 시달리고 있다고 국경 없는 기자회가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17일(현지 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페르시아어 방송사의 본거지인 런던은 이란 언론인의 주요 활동 무대다. 이에 이란의 언론 탄압이 주로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수십 년 동안 이란 내에서 이뤄진 언론 탄압은 해외에서 이란 소식을 전하는 언론인을 침묵시키기 위한 체계적 표적화와 함께 이뤄졌다”며 “미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영국 등 이란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 활동하는 이란 언론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위협이나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이 언론인에게 가하는 위협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며 막대한 직업적, 개인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수십 명의 망명 이란 언론인으로부터 2023년에 수집한 증언을 바탕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성향 방송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푸리아 제라티가 런던 자택 앞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렸다. 런던 경찰에 따르면 제라티를 공격한 용의자는 3명으로, 사건 직후 히스로 공항으로 이동해 몇 시간 만에 출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표적 사건은 해외에서 일하는 많은 이란 언론인에게 현실이 된 물리적 공격, 위협, 감시 패턴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BBC 월드 서비스의 페르시아어 지사인 ‘BBC 페르시아’에서 일하는 한 방송인은 최근 자신의 차에서 도청 장치를 발견한 바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 설문조사에 참여한 언론인 중 90%는 지난 5년 동안 온라인 위협이나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답변자의 50%는 이런 위협을 자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이버 공격, 명의도용은 물론 살해와 강간 위협까지 당했다. 특히 여성 언론인은 여성 혐오적인 내용,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BBC 페르시아의 유명 여성 앵커였던 라나 라힘푸르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위협으로 인해 15년 만에 언론계를 떠났다. 라힘푸르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10년 넘게 나와 가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란에 거주하던 라함푸르의 부모는 2013년에 여행이 금지됐고, 여권을 압수당했으며 이란에서 정기적으로 심문을 받았다. 라함푸르에 대한 위협은 2022년 이란에서 ‘도덕 경찰’에 의해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성의 사망으로 촉발된 이란 시위 이후 가속했다. 이후 라함푸르의 차는 런던에서 도난당했고, 이란에 있는 가족과 통화한 내용은 편집된 상태로 2022년 1월 이란 국영 매체에 보도됐다. 라함푸르는 통화 내용이 “내가 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것처럼 재구성됐다”고 말했다. 라함푸르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라함푸르와 152명의 전현직 BBC 페르시아 동료들은 2017년 이란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란 밖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에 대한 협박은 이란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이란 대리인, 이란 관련 정치 활동가들에 의해서도 이뤄진다. 피오나 오브라이언 국경 없는 기자회 영국 국장은 NYT에 “이란은 오랫동안 해외 언론인들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해 왔다”며 “심지어 이란은 언론인 탄압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시도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BBC월드서비스는 최근 유엔에 언론인들에 대한 표적과 위협에 조처를 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오브라이언 국장은 “추방된 이란 언론인들이 위협에 맞서 계속 보도하는 놀라운 용기를 보여줬지만, 그들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이란은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는 모든 공격을 중단해야 하며, 영국 정부는 모든 언론인이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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