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못 하고 두세 번 만에 하는 성향…
“8번 실패 배경 이제 알 것 같다”
이종섭 결단 실기, 총선 입장도 같은 패턴
의정 대치, 특검 대처 잘못하면 지지율 10%대
윤석열의 특성을 말할 때, 그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부터 운위되는 이력이 사법고시 9수(修)다.
지지자들에게 그 8번의 실패는 뚝심, 인내, 의지 같은 좋은 이미지로 새겨졌다. 사람을 좋아해서, 지인들 상가(喪家)나 친구 결혼에 함 지는 일에 빠지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공부할 시간을 자주 뺏겼다는 ‘미담’도 회자됐다.
나아가 그의 딜레탄트적인 학구열까지로 에스컬레이트되기도 했다. 어떤 한 쟁점, 사상, 인물에 꽂히면 보던 책 놔두고 그것을 끝까지 파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를 반대하고 혐오하는 진영 사람들은 ‘무식한 윤석열’의 증거라고 그것을 조롱한다. 서울법대 나온 사람이 무식하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취임 후 행태를 보면 사시 9수의 진짜 이유가 다른 데 있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아무리 정치 신인이라 해도 정무 감각이 빵점인 게 그 첫 번째 이유다.
물론 그렇게 철저히 정무와 담을 쌓아서 그는 대통령이 된 측면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정과 상식의 표상이 되었다. 비록 지금은 자타 모두 그것을 인정할 수 없게 됐지만.
대권 도전까지는 정무 감각 제로가 더 큰 강점이었을지 몰라도 대통령이 되어서는 치명적 결점이다. 그 결과가 2년 내내 지속된 낮은 지지율이다.
소통, 인사, 논란, 의혹 문제들이 다 기본적으로 그 자신과 비서들의 정무 감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그는 순발력도 부족하다. 우직한 모습은 든든하나 너무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윤석열이 듣기에 아픈 말이겠지만, 그것은 우직이 아니라 아집이라고 해야 더 맞는 말이 될 것이다. 여기에 그의 지지율과 총선 참패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있다.
가까운 예만 들면, 이종섭과 의료 사태, 그리고 이번 총선 입장 발표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 번도 한 번에 일을 끝내지 못 하거나 안 했다. 일거에 털어 버렸으면 단숨에 지지율을 회복하고 다음 단계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을 찔끔찔끔 수용하고, 인정하고, 내주다 결국 다 잃는 결과를 맞았다.
이번 주 초 총선 결과에 대한 반성문 발표도 필자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기자회견으로 하라고 말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홀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이나 담화를 하는 건 이제 보수우파 지지자 중에도 끝까지 시청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걸 보고 듣고 있는 건 이제 고통이다. 윤석열은 여론이 이 정도로 악화한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앞으로도 모른다면 정말 ‘무식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반성하고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본인인데, 왜 장관들에게 “우리 모두 반성하고 잘하자”라고 말하는가? 그 장관들이 그 말을 들으며 무슨 생각이 들었겠는가?
그 장관들은 이미 일괄 사표를 낸 사람들이다. 내일모레 짐 싸서 나가야 하나 어찌 되나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에게, 애초 참모들이 작성한 원고에도 없었다는 ‘우리 모두’를 들먹이며 민생을 더 챙기자고 물귀신처럼 공동 책임론을 펴니 듣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은커녕 반감만 일으켰다.
나 홀로 발표의 전반적인 내용도 또 거대 야당으로부터 변명, 마이 웨이라는 냉소를 받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했음에도’ ‘하더라도’ ‘그러나’ ‘하지만’ 같은 양보절(Concessive Clause)과 부정 접속사가 열댓 번 들어갔다. 문제가 심각하다.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
“아무리 국정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야당과 언론 반응이 싸늘하자 대통령실에서 ‘비공개회의’ 내용이라면서 ‘죄송’이라는 단어를 첨가했다.
“윤 대통령이 비공개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여당 내에서조차 ‘마사지’란 자조가 나았다. 윤석열은 도대체 왜 이러나?
그는 결국 기자회견을 하게 될 것이고 해야만 한다. 5월 초가 취임 3주년이기 때문이다. 산적한 현안들이 숨 막힐 정도다.
의료 대란, 채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 이 난제들에 잘못 대처하면 지지율이 금방 10%대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조국이 원하는, 그야말로 데드 덕 신세가 된다.
기자들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면서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곤란하면 답을 얼버무리거나 다음으로 미루면 되는 것이다. 그걸 야단칠 국민들은 많지 않다.
윤석열이 사법시험에 8번 실패한 진짜 이유가 그의 판단력 문제와 아집 때문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보수우파 정권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렇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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