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이 무효화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560억달러(약 77조6000억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다시 지급하기 위한 주주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테슬라의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 치고 시가총액이 쪼그라들었음에도 머스크는 자신의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월 델라웨어 법원이 무효화 한 머스크 보상 패키지를 다시 머스크에게 제공하는 안에 대한 투표를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테슬라는 이 날짜로 발행된 위임장 서류를 통해 이와 함께 회사 법인을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기는 안에 대한 주주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표가 실시되는 연례 주주총회는 오는 6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의 약 13%를 소유하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 37%나 하락했다. 이날도 테슬라는 뉴욕증시에서 전거래일보다 1.06% 하락한 155.45달러를 기록했으며 시가 총액은 5000만 달러 이하로 내려왔다. 테슬라는 이번 주 초 글로벌 인원을 10% 이상 감축할 계획을 발표했고, 두 명의 고위 경영진이 회사를 떠났다. 외신들은 테슬라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머스크가 보상안에 대해 이사회에 압박을 넣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린 빈센트 시러큐스 대학 경영대 부교수의 말을 인용 “이사회와 주주는 머스크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투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주주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썼다.
보상안 재투표는 델라웨어 법원이 지난 1월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가 과도하다며 무효화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앞서 테슬라 이사회는 지난 2018년 머스크에게 560억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 지급안을 승인했다.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급여를 받지 않는 대신 회사 매출과 시가총액 등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12차례에 걸쳐 최대 1억 100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는 내용이었다. 머스크는 보상안이 승인된 뒤 테슬라 실적을 기반으로 상당 부분의 스톡옵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테슬라 소액주주가 2022년 10월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 리처드 토네타는 소장에서 테슬라가 2018년 머스크에게 부여한 CEO 급여 패키지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액이고,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 대한 560억 달러 보상 패키지 지급안을 승인하면서 중요 정보를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토네타는 4년 전 머스크가 이사회에 압력을 행사해 보상안 승인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머스크의 친동생이 테슬라 이사로 있는 등 테슬라 이사회는 독립성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특히 주가가 오를 때 머스크에게 테슬라 주식을 대거 취득할 수 있는 권리(옵션)를 부여한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고, 결국 델라웨어 법원은 지난 1월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을 무효화하면서 이사회의 결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머스크는 해당 판결 직후 “델라웨어주에 절대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후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들의 법인 등기를 델라웨어주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머스크는 자신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네바다주로,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텍사스주로 옮겼다. 오는 6월 주주투표에서 테슬라 법인을 텍사스로 옮기는 것 역시 법원 판결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 “이사회는 델라웨어 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법원이 말한 것은 불공평하며, 머스크는 지난 6년간 거둔 성과에 대해 보상받지 못했다”고 썼다. 머스크는 올해 초 테슬라 주식 25%를 넘겨주지 않으면 다른 기업과 손잡고 인공지능(AI) 및 로봇 제품을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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