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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대’에 외환당국 긴장… 국민연금 활용 카드 ‘만지작’

조선비즈 조회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지난 16일 일시적으로 1400원대를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환전소에 거래되고 있는 환율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지난 16일 일시적으로 1400원대를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환전소에 거래되고 있는 환율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뉴스1

원·달러 환율이 지난 16일 장중 1400원대를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은 일단 구두 개입 형태로 시장 진정에 나섰지만, 환율이 추가로 오를 경우 사용할 카드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나 환헤지 등 보조 수단을 우선 선택지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5원 내린 1390원에 개장했다. 장 초반 1388.6원까지 내려갔다가 소폭 올랐다. 오후 1시 45분 현재 1384.9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자 당국은 지난 16일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17일에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각각 “변동성이 지속되면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구두 개입을 이어갔다.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으로 외환시장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외환시장에 직접 달러를 투입하는 방식보다는 보조 수단을 사용한 간접 개입을 먼저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변동환율제를 사용하는 만큼 직접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서다. 특히 환율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이 커진다. 기재부 관계자는“환율이 단기간 폭등새를 보인다면 시장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장 개입 외 다양한 수단들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려하는 방식으로는 우선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가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을 매입할 때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사는데, 그러지 않도록 외환당국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원화를 받고 달러를 주는 방식이다.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줄면 환율 상승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연기금의 환헤지 비율을 높이는 것도 원화가치 하락을 막는 방안으로 꼽힌다. 환헤지란 외환거래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이 급등할 때 해외투자 비율이 높은 국민연금이 달러 선물환을 매도하면, 이를 사들인 은행이 시장에 달러 현물환을 팔아 달러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현재 환율이 높아진 것이 일시적인 일이라고 보고 미래에는 낮아질 것으로 예측해 미리 달러를 판다고 시장이 받아들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효과다. 연기금이 환헤지 비율을 높이면 시장에서 현물(달러)을 파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보니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통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국민연금과의 스와프를 통해 시장에 안정화 사인을 주는 것도 필요한 조치 중 하나”라며 “국민연금 등과의 스와프 조치는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 연기금의 외환 수요를 줄이고, 시장에 외환 공급을 늘려 환율 변동이 심할 때 쓸 수 있는 시장안정화 보조수단”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우리나라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했던 건 1997년 12월~1998년 6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1월~2009년 3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2022년 9~11월 등 총 3번이었다. 외환위기라는 뼈아픈 기억을 가진 우리나라로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넘어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신호)로 읽힐 수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 2022년 환율 급등 사태 이후 지난해 4월 국민연금공단과 35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스와프 거래를 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스와프는 올해 말까지 연장된 상태다. 당국은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경우 거래 한도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때 600%에 달하던 단기외채 비중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상태라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중동리스크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연금과 스와프, 연기금의 환헤지 비율 조정 등이 시행할 수 있는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후보”라고 말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여러가지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나라이므로 시장 개입을 신중히 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환율)변동성이 크다면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정부의 외환시장 구두개입은 타이밍상 적절했지만 향후 환율 움직임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2022년 환율이 급등했던 시기에 최초의 구두개입은 1290원대 후반이었지만 지속적으로 환율이 상승해 1440원대까지 올라간 만큼, 향후 글로벌 달러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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