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상위권에 있던 아프리카 선수들이 중국 선수에 맞춰 속도를 늦추고, 한 선수는 중국 선수에게 먼저 가라는 듯이 손짓해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중국 국영 중국신문사에 따르면, 2024 베이징 국제 하프 마라톤대회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선두에 있던 선수들의 영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영상을 보면 마지막 수백m를 앞둔 상황, 중국 허제 선수와 케냐의 로버트 키터 선수, 윌리 응낭가트 선수, 에티오피아의 데제네 비킬라 선수가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아프리카 선수 세 명은 허제 선수를 뒤돌아보고 속도를 늦추는 듯하더니, 결승선을 가리킨 뒤 손을 휘휘 저어 앞으로 가라는 듯 신호를 보낸다. 그러자 허제 선수가 가운데로 들어서고 세 명의 선수는 그 뒤를 따라 마치 ‘페이스 메이커’처럼 여유롭게 뛴다.
결국 결승선은 허제 선수가 가장 먼저 끊었다. 그는 1시간3분44초 기록으로 우승했으며, 아프리카 선수 3명은 딱 1초 늦은 기록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승부 조작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페어 플레이는 필수적이다”, “이 모습을 보니 영화 ‘독재자’가 떠오른다. 한 남성이 육상에 참가하기 위해 총을 가져갔던 장면이다”, “능력이 부족하면 가짜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허제 선수와 이번 대회를 후원한 스포츠용품 브랜드 ‘터부'(Xtep)와 연관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 남자 마라톤 기록을 보유한 허제 선수는 ‘터부’와 스폰서십을 맺었는데, 이날 아프리카 선수 3명이 착용한 신발과 의류가 모두 ‘터부’의 것이라는 점이 이 같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마라톤이 터부의 주요 관심 종목이라는 점도 의혹을 키웠다. 터부는 지난 2019년 중국 육상협회와 손잡고 최대 100만 달러의 마라톤 인센티브 정책을 세울 정도로 관심이 높고, 이 외에도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해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손짓을 한 응낭가트 선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친구라서 허제가 우승하게 했다”고 인정하는 한편,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고 금전적 보상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종식되지 않자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이 나서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체육국은 “결과가 나오면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육상연맹은 CNN에 성명을 통해 “해당 경기 장면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알고 있다. 현지 당국이 조사 중”이라며 “연맹은 스포츠의 통합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터부는 “여러 당사자들에 의해 조사하고 검증되고 있다”며 “추가 정보는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허제 선수는 중국에서 가장 유망한 장거리 달리기 선수 중 한 명이다. 세계육상연맹이 선정한 남자 마라톤 세계 랭킹 77위로,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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