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방향과 정책은 옳고 정부는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 미흡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내놓은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에 ‘실망스러웠다’는 신문들의 혹평이 이어졌다. 국정기조 변화 의지와 반성 없이 ‘정부는 옳다’는 메시지만 강조한 대통령 발언에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아일보는 “사실상 국민에 대한 불만”으로 들렸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12분 가까이 생중계된 머리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물가 관리, 부동산 정상화 등을 성과로 강조했다. 이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 대통령이 “국민들께 죄송하다”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17일 주요 아침신문 1면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정 방향 옳았다”는 윤 대통령, 그대로 간다>
한겨레 <민심의 경고에도…윤 대통령 “국정 방향은 옳다”>
조선일보 <尹 “낮은 자세로 민심 경청” 비공개 회의서 “국민께 죄송”>
중앙일보 <윤 대통령 ‘그러나·하지만’ 15번, 4시간 뒤 “국민 뜻 못살펴 죄송”>
동아일보 <불통-협치-의료 해법 없는 ‘尹 13분 입장문’>
한국일보 <尹 “국민 체감 변화 부족” 성찰 없는 반성문>
국민일보 <“국민 뜻 못 살펴 죄송, 더 낮은 자세로 소통”>
서울신문 <尹 “저부터 잘못 국민 못살펴 죄송”>
세계일보 <尹 대통령 “저부터 잘못…더 소통할 것”>
김승재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는 <사과는 국무위원이 아닌 국민에게 해야>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썼다. 김 기자는 “대통령의 공개 발언 이후 여론이 심상치 않자 사과 발언을 추가로 공개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서 국민이 지켜보는 생중계 때가 아니라 비공개 회의 때 국무위원들 앞에서 한다는 건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자성과 변화보다 기존 국정운영 정당화에 방점을 찍어 총선 패배에 따른 쇄신 메시지로서의 의미는 사라졌다”며 “협치 대신 국정 방향을 둘러싼 대결의 장을 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한겨레도 “‘정권 심판’으로 나타난 총선 결과에서 확인된 민심은 기존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아니라 국정 방향이 틀렸으니 바꾸라는 뜻인데, 윤 대통령은 전혀 동떨어진 대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쇄신 의지에 대한 평가 잣대로 꼽히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할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 의정 갈등 및 의료 공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관련해 동아일보는 “일방통행식이란 비판을 받은 국정 운영 방식, 태도에 대한 변화보다 국정 기조 정당화에 방점이 찍힌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반면에 ‘불통 논란’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음에 따라 대통령실과 야권 간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대부분 발언이 ‘정부가 맞다’고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요 아침신문은 모두 윤 대통령의 총선 입장 관련 사설을 내놨다. 다음은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변화 의지 없는 윤 대통령, 남은 3년도 국민과 싸울 건가>
한겨레 <‘국정 방향 옳다’는 대통령, 그럼 국민이 바뀌어야 하나>
조선일보 <국민 앞 아닌 비공개 자리서 “죄송” 말했다는 대통령>
중앙일보 <윤 대통령은 총선 민의를 제대로 깨닫고 있나>
동아일보 <尹 대통령, 총선 민의와 정치 현실 제대로 읽고 있나>
한국일보 <변화 안 보이는 윤 대통령, 협치 바라는 민심 안 들리나>
국민일보 <소통·협치 약속한 윤 대통령, 실천이 중요하다>
서울신문 <“더 낮은 자세로”…당정, 소통으로 국정 과제 추진을>
세계일보 <기대 못 미친 尹 대통령 반성 메시지…소통 방식부터 바꿔야>
한겨레는 “총선 민심을 확인하고도 이를 외면한 채 ‘지금껏 하던 대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말로만 ‘민생’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으니, 국민더러 바뀌라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윤 대통령은 왜 국민들이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형식·내용 모두 총선 민심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오기만 확인한 총선 입장에 앞으로 남은 3년도 내내 국민과 싸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냉정한 민심에 대한 섭섭함, 정부의 정책 성과를 몰라준 데 대한 억울함의 토로로 들리기에 충분했다”며 “일방통행식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선택해 마치 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비쳤다. 더욱이 부족과 미흡의 책임을 내각에 돌리고 장관들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모양새에서 진정성이 느껴질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실상 국민에 대한 불만으로 들릴 만했다”며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요구와 당면한 정치적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듯하다. 여당이 패배했지만 국정 기조엔 잘못이 없다는,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독선으론 앞으로 국정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총선 참패에도 너무나 조용한 與”
윤 대통령이 총선 관련 입장을 내놓은 16일 국민의힘 당선인들은 총회를 열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패인 분석이나 자성·쇄신을 찾아보기 힘들었단 평가가 나온다. 2시간 가량 이어진 총회의 절반이 초선 의원들의 자기소개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르면 6월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총의를 모았다.
조선일보는 “여당 리더십이 사실상 진공 상태”라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한 참석자는 조선일보에 “당이 비상 상황인데 너무 한가롭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정부·여당에 실망한 민심 회복과 거리가 먼 행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남짓 진행된 총회는 새내기 당선인 자기소개에 절반가량이 할애됐고, 자유토론에선 100여 명의 참석자 중 8명만 공개 발언을 했다”며 “참석자 일부는 일정을 이유로 중간에 회의장을 떴다. 당선인들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포옹하고, 셀카를 찍는 모습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 당직자는 중앙일보에 “이럴 거면 왜 모였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총선 메시지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영남 지역 재선 당선인은 동아일보에 “의정 갈등 국면 때 낸 담화와 똑같이 알맹이 없는 메시지만 나왔다”며 “결국 한 대 맞을 것 열 대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당선인은 “결국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사과한 건데, 본인이 직접 사과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은 사과할 일이 있으면 했다”고 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밝히고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대표 연임론 띄우는 친명계에 경향 “방탄용 비판 예상”
더불어민주당 친이재명계(친명)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재명 대표 연임론을 띄우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 대표 체제로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으니 통합에 유리하단 주장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경향신문은 “다만 이 대표가 연임을 택한다면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탄용이란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종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직을 방탄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민주당 당대표의 연임은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방탄 시즌2’라는 비판이 예상되지만, 왜소해진 비주류 진영에서 제동을 걸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민주당은 2022년 대선과 전당대회, 이번 총선을 거치며 당의 체질 자체가 완전히 ‘친명당’으로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며 “야권 전체적으로는 조국혁신당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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