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오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방송사들은 “전원이 구조됐다”는 오보를 내보냈다.
이날 오전 인천에서 제주로 향햐던 청해진 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전체 탑승자 476명)가 전라남도 진도군 부근 바다에서 침몰했고 299명이 사망, 미수습자 포함하면 304명이 희생됐다.
지난 2016년 9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활동 종료를 앞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는데 연합뉴스가 오전 9시55분 승객 120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고 MBC와 SBS가 10시6분, KBS는 10시9분에 방송을 내보냈다. 이어 연합뉴스가 10시17분에 190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한 뒤 KBS와 MBC가 10시21분에 이 내용을 내보내고 SBS도 10시42분 따라갔다. 당시 해당 규모의 인원을 구조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오보다.
‘승객들에게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선내방송이 나오고 있다’는 보도를 처음 내보낸 매체도 연합뉴스였다. 연합뉴스 보도는 10시8분에 있었고 KBS는 10시12분, MBC는 10시13분, SBS는 10시43분에 같은 내용의 방송이 나갔다. 그러나 실제 세월호 선내에 이런 방송은 나오지도 않았다. 세월호에선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이후에 선장 등이 탈출하고 배는 이미 전복되기 직전인 상황이었으니 역시 오보다.
오전 10시14분 KBS는 “해경 관계자는 침몰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1~2시간 안에 모든 인명 구조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고 10시38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조가 된 상황”이라는 해경 항공기 부기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10시47분부터 11시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해군, ‘탑승객 전원 선박 이탈… 구명장비 투척 구조 중’”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전원구조” 오보는 MBN과 MBC가 거의 비슷한 시각에 내보냈다. MBN이 11시1분7초에 “단원고 측 ‘학생 모두 구조’”라고 자막을 내보냈고 MBC가 11시1분26초에 “안산단원고 학생 338명 전원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MBC는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들 338명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는 거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라며 단정적인 앵커멘트도 내보냈다. 당시 팽목항 현장에 나가 있던 목포MBC 기자가 “전원 구조가 아닐 수도 있다”고 거듭 보고했지만 MBC에선 묵살하고 ‘전원 구조’ 자막을 유지했다.
YTN도 11시3분58초 ‘학생 전원 구조’ 자막을 올렸다. YTN을 시청하던 안산단원경찰서는 11시4분 무전으로 ‘YTN 상에 학생 전원 구조된 걸로 확인’이라고 보고했다. 경찰 무전기에서 “학생 전원 구조”라는 내용이 흘러나오자 안산 단원고 행정실에서는 경찰이 전원구조를 확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행정실의 한 직원이 교무실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고 단원고는 11시6분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단원고] 학생 324명 전원 무사히 구조 완료되었습니다.’ 그러자 11시9분 경기도교육청은 출입기자 79명에게 “[경기교육]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고 알렸다.
“전원 구조”를 자막이 아니라 공식 보도로 내보낸 건 연합뉴스가 11시25분, KBS와 MBC가 각각 11시29분, SBS는 11시32분이었다. MBC는 12시45분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12시48분까지 “승객 대부분이 구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역시 오보다.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히자 언론에서 이를 전했지만 실제 생존자는 172명이었다.
지난 2019년 11월 세월호 유족 등은 KBS·MBC·MBN 보도 책임자 등 8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고소했다. 방송사 오보가 해경과 민간의 구조 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보도 책임자들은 2021년 1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전원구조’가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고의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7일 ‘세월호 10주기’ 기자회견에서 김종기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이 가족들을 더 아프게 했던 기억이 있다”며 “과다 경쟁적인 언론 취재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도 있다”고 했다. 이어 “자성의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하겠다고 약속도 했지만 그 이후로 또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언론도, 가족들의 얘기를 잘 전달해준 언론도 있어 우리 가족들에겐 참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언론이었다”며 “오늘의 시민이 내일은 억울한 희생자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10년을 해왔는데 언론에서 가감없이 전달자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