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아 참사의 피해자 및 그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우리 사회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돌아보는 기획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 편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총선 영향 등을 이유로 세월호 10주기 다큐를 불방시킨 KBS는 메인 뉴스에서도 추모의 열기나 참사의 원인을 축소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연속 보도를 시작했다. 지난 12일부터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을 조명하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연속 기획’을 전했다. 첫 보도는 자식을 떠나보낸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삶의 의지를 얻었다는 유족들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참사 당시 단원고에 남아있던 교사들과 인근 학교의 학생들을 다룬 13일 <‘피해자’ 아닌 피해자‥계속되는 고통>, ‘세월호 피해자’에 포함되지 못한 민간 잠수사들의 현실을 다룬 14일 <“아이들 살리지 못해 안타까워”‥계속된 트라우마에도 피해자 아닌 잠수사들> 등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치유 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5일엔 단원고 2학년 학생들 물건을 모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의 특별전, 진도 앞바다 진도항(팽목항)에서 이어진 세월호 10주기 추모 물결 등을 연이어 전했다.
SBS ‘8뉴스’는 13일 세월호 관련 추모 행사 소식을 시작으로 14일 여전히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문제를 꼬집는 <열 번째 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여전히…이유는> 리포트를 전했다. 조사위원회의 권한 부족과 위원들간 갈등, 결과에 따른 유불리를 먼저 고려한 정치적 공방과 셈법에 조사위 활동이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15일엔 곳곳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와 생존자들이 살아온 시간을 전한 <세월호 10주기 추모 문화제…돌아온 봄, 생존자들의 기억법>,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분석에 기반한 <참사 기사 댓글 10년 치 분석…늘어나는 막말·혐오> 보도가 이어졌다. 댓글 분석은 지난 10년간 13개 주요 매체의 세월호 관련 기사 댓글 330만 건 중 10%를 무작위 추출해 악성 댓글을 학습시킨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다.
SBS 분석 결과 세월호 관련 댓글 중 약 31%가 악성 댓글이다. 특히 총선과 맞물린 올해 ‘시체팔이’ ‘좌파’ ‘선동’ ‘선거’ 등 키워드가 두드러지는 등 정치색이 진해지고 선거에 세월호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10·29 이태원 참사 기사의 악성 댓글 6만7000여개 분석 결과에선 정치적 공방, 성소수자 혐오 표현 등이 늘어난 문제가 확인됐다.
KBS ‘뉴스9’는 두 방송사에 비해 확연히 소극적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추모제가 진행된 13일 ‘뉴스9’는 세 문장의 단신으로 서울시청 앞에서의 4·16 기억문화제 소식을 전했다.
지난 15일엔 <세월호 참사 10주기…멈춰버린 엄마의 시간> 리포트로 단원고 희생자 유족 인터뷰를 전했다. 이어진 <위치 숨기고, 과적하고…여전한 ‘해상 안전불감증’> 리포트는 해상에서 불법 조업, 과적, 불법 증축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리포트는 21, 22번째 순서로 배치돼, 세월호 관련 보도를 뉴스 초중반에서 다룬 MBC·SBS 등과 대비됐다.
‘해상 안전불감증’ 관련 보도는 “스스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를 언급하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느슨한 안전 의식은 또 다른 해양 사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박장범 앵커는 이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일깨워줬다. 그러나 10년이 지났는데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과적과 선박 불법 증축은 여전히 우리 바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루면서 ‘안전 불감증’만을 부각하는 보도는 사회적 참사에 대한 책임을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0년 전 KBS는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댄 당시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사과한 바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중에선 JTBC가 15~16일 ‘세월호 10주기 특집 뉴스룸’을 기획했다. JTBC ‘뉴스룸’은 앞서 13일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추모제, 14일 세월호 10년을 봉사와 연극 활동으로 이겨낸 유족들 이야기를 전했다.
15일엔 10년 전 87일 연속으로 팽목항에서 수색상황을 전했던 서복현 기자의 팽목항 현장 중계를 시작으로 <딸 그리며 담은 ‘바람의 세월’…세상과 맞선 아버지의 3654일>, <“살아남아 죄인이었다”… ‘세월호 의인’이 보낸 고통의 세월> 등의 리포트를 연이어 전했다. 각각 고 문지성군이 떠난 뒤 3654일간 영상 기록을 남겨 영화로 엮은 문종택씨, 세월호에 남아 승객들을 구해 ‘파란 바지 의인’으로 불렸던 김동수씨의 삶에 집중한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당일인 16일엔 최재원 앵커가 목포신항 현지에서 ‘뉴스룸’을 진행하면서 안산, 팽목항, 현충원 등을 연결해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와 참사 100일 당시에는 손석희 앵커가 팽목항 현지에서 ‘뉴스룸’을 진행한 바 있다.
TV조선, 채널A, MBN 등은 세월호 참사 10주기 관련 기획 보도를 하지 않았다.
EBS·MBC 등 세월호 특집 시사·교양 편성…수습 안 된 KBS ‘불방 사태’
시사·교양 영역에서도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집 프로그램들이 편성됐다. 교육공영방송 EBS의 대표 프로그램인 ‘지식채널e’는 15일 노란 리본과 ‘봄날의 플레이리스트’로 참사를 돌아봤다. 참사 이후 음악활동을 하지 못하다 ‘기도보다 아프게’라는 곡을 만든 가수 이승윤, 참사 당일부터 쓰기 시작한 곡 ‘그리움 만진다’를 배가 인양되던 날 완성한 작곡가 김형석, ‘아직, 있다’에서 희생자를 나비에 비유한 루시드폴, 모두에게 희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노란 리본’을 발표한 김창완밴드 등이다.
10주기 당일인 16일 EBS에선 11살 때 벌어진 참사를 열여덟 살에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던 이정겸·최호영씨, 이들이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여정을 담은 <어른도감: 스무 살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법>이 방영된다.
같은 날 방영되는 MBC ‘PD수첩’은 참사 이후 만들어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등 세 개의 조사위원회가 침몰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한계와 10년 전 그날의 기록을 돌아보고, 10년이 지난 사회를 돌아본다.
KBS는 지난해부터 제작해온 세월호 10주기 ‘다큐인사이트’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를 결국 방영하지 못했다. 박민 사장 취임 후 임명된 제작본부장이 총선 8일 뒤 예정된 이 다큐 방영을 ‘총선 영향’ 등을 들어 무산시켰다. 이에 KBS 안팎의 비판이 들끓었지만, KBS 사측은 이 문제를 안건으로 한 편성위원회·공정방송위원회 등도 불참하면서 끝내 결정을 되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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