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 정원 감축, 의대 모집 증원 등 최근 정부의 기습적인 입시 정책발표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2024년 교육대학 정원 정기승인 계획(안)’에 따라 현재 고3이 치를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전국 10개 교육대와 12개 초등교원 양성 정원이 12% 줄어든다. 정부가 지난 3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하면서 현 의대 정원은 2025학년도에 5058명이 될 전망이다. 2025년부터 일괄 적용될 예정이었던 무전공 입학은 교육계 반발로 1년 유예됐지만 대학은 벌써 인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 A씨는 재수생 자녀가 교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아이가 교대 입학을 희망하는데 당장 내년부터 정원이 줄어든다는 소식에 걱정이 된다”며 “이대로 교대만 바라보고 준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인천에 거주하는 고3 수험생 B학생은 “교대 정원 감축이 확실시된다고 해 불안한 마음”이라며 “생활기록부도 2년 동안 교대 입시에 맞춰져 있는데 (교대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학교 현장에서도 ‘대입 사전예고제’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4월 문재인 정부 때 처음 시행된 대입 사전예고제는 수험생이 수시로 바뀌는 대입전형에 혼란을 겪지 않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대입 정책을 예고하는 제도다. 정부의 교육 정책이 올해 입시 준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대입 사전예고제는 유명무실해졌다.
교육부 장관은 해당 입학 연도의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 전까지 대입전형 틀을 공개한다.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형계획에는 모집 단위별 모집인원, 지원 자격, 전형요소 및 반영비율 등이 포함된다.
일산의 고등학교에서 진학을 지도하는 C교사는 “인원을 줄이거나 늘리는 게 정책적으로 맞다고 하더라도 길게 봐야 하는데 4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둬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무전공 확대만 해도 학과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대 입학을 희망하고 있다는 고3 수험생 D학생은 “의대 증원을 발표했지만 유예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 엔(N)수생과 직장인들이 의대 준비에 뛰어들지 예측이 안 된다”며 “지금 고3이 유독 힘든 상황”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이 의도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시점에 대한 고려가 소관부서에서 있었을 것”이라면서 “정원 조정에 따라 입시 요강에 변동이 생기는 부분은 그해까지는 가능하도록 하고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은 기회가 왔을 때 열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환경상 4년 예고제가 바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번 정부 정책들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폭이 너무 커지면서 현장에 혼란을 안겼다”면서 “대학 정원도 최소 2년의 유예기간은 두고 하도록 법적으로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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