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을 우려해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이 증가하는 게 한국의 합계 출산율 감소의 핵심 요인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을 피하려는 선택이 “한국의 출산율 감소의 40% 가량을 설명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위원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몇 달 동안의 출산휴가나, 1~3년 단위의 육아휴직 정책에서 탈피해 10년 이상의 재택·단축 근무 제도 등 장기적 정책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덕상 연구위원과 한정민 전문연구원은 16일 발간한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라는 제목의 ‘KDI 포커스’ 보고서에서 출산이 여성의 경력단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자녀 유뮤와 관계없이 여성이 경력단절을 경험할 확률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3년 17%를 기록했다. 이를 무자녀 여성으로 비교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2023년 9%로 24%포인트(p)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여성은 경력단절 확률이 2014년 이후 2023년까지 3%p 감소에 그쳤다.
이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여성이 자녀를 출산함으로써 발생하는 경력단절 확률의 상대적 격차가 지난 10년 사이 크게 확대됐다”며 “여성이 출산 이후 감내해야 할 경력단절 확률의 증가폭이 과거에 비해 더 커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30대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p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커리어 지속에 따른 임금 상승을 감안하면, 14%p 이상의 경력단절 확률 감소는 개인의 평생 소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출산 이후 자녀의 양육에 수반되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청년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편익은 더 커지게 된다.
보고서는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무자녀 여성보다 큰 요인으로 노동환경을 꼽았다. 한국의 노동환경이 자녀 양육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자녀 여성이 남성과 노동시장에서 경쟁하는 방향으로 조성되면서, 무자녀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하며 성별격차를 해소한 반면 유자녀 여성은 비대칭적인 육아 부담으로 고용 격차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력 단절은 출산율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가장 많은 여성이 출산을 경험하는 만 30~34세를 청년 여성의 범위에 포함시킬 경우, 청년세대의 성별 고용률 격차의 감소는 합계출산율 하락의 40%가량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연구위원은 “무자녀 비중이 높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성별 고용률 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child penalty)이 증가했다”며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의 상대적 가치가 더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번 분석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특히 몇 달 동안의 출산휴가나 1~3년 동안의 육아휴직 또는 단축근무와 같은 현재의 단기적인 출산율 정책만으로는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감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동안 이들의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재택·단축 근무 등의 제도적 지원을 10년 이상의 장기적 시계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대한민국 청년들이 출산을 하더라도 경력단절을 경험하지 않고,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커리어를 유지하며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어야만, 이들이 출산을 선택하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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