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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나도 외교는 그대로? 한국, 여기서도 저기서도 배제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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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는 무관하게 숨 가쁜 국제정세 변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야당의 압승이다.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곧바로 사퇴했고, 한덕수 총리와 대통령실의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및 수석급 인사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선거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매 선거가 그렇지만 이번에도 광풍이 몰아쳤고 각 부문별로 정책의 변화도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도 국제정세는 여전히 숨 가쁘다. 4월 10일에는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 정상은 미·일동맹이 수립된 이래로 가장 중요한 개선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겨냥한 미·일·필리핀 3각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미국 백악관은 일본을 포함해서 한국과 뉴질랜드 등을 오커스(AUKUS)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공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조·중 친선의 해’를 맞이해 중국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이 4.11~13일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의 국경개방 이후 중국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이었다.

북한과 일본은 신경전을 지속하며 보이지 않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일본과 북한 사이의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국이 러시아 선박 등에 독자제재를 취한 것에 대해 러시아는 한·러 관계를 훼손하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입장을 보였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전선이 더욱 강화되면서 또 다른 대화 움직임도 물밑에서 전개되는 복잡한 양상을 빚어가고 있다.

▲ 11일 자오러지(왼쪽)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 이후 가진 환영 연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로동신문=뉴스1

한국을 배제하며 독자노선을 보이는 북한

북한은 한국의 총선 결과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설정한 이후 한국 국내 정치에 대한 언급도 크게 줄어들었다.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 등에 대해 특별히 강도 높은 반발 없이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신형 대량살상 무기를 과시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북한은 두 가지 점에서 대외정책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나는 북·중·러 관계 복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무기거래를 계기로 예전에 비해 훨씬 원활해졌다. 러시아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의 임기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대북제재의 일몰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조치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북·러 관계의 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북한과 러시아 관계는 전통적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보다는 전략적, 군사적 이해관계가 우선해 왔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에너지와 군사기술이다. 러시아는 북한에서 노동력과 필요 자원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러시아가 북한에게서 필요한 것은 재래식 무기의 대량 공급이다. 북한은 그 대가로 에너지와 식량, 그리고 군사기술 등을 받을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북한이 도움을 주었다는 것 이외에도 이러한 분야에서 상호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 총선 시점에 중국의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원해진 북·중 관계가 복원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중국은 북한의 국경개방에도 불구하고 경제교류나 인적 왕래를 확대하지 않았고, 북한은 중국에게 경제교류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간 경제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중 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무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북한 시장의 회복과 직결되며,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을 다시 세우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 표결에 기권했다. 아직은 공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종래에 비해 중국 역시 북한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말로나마 자신들의 핵무력을 이용하여 한국을 핵우산으로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런데 이번 ‘적대적 국가관계’를 천명하면서 이러한 입장을 거둬들였다. 한국을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자신들의 태도를 바꿔서 미·일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 대해서는 기시다 정권이 대북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다면 만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최선희 외무상은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으니까 만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북한 기준으로 본다면 김여정 당 부부장이 언급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판단이며, 최선희 외무상은 외무성 입장의 실무적 판단이다.

다시 말해 북·일 관계는 정치적 이해타산을 계산하는 단계에서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는 실무적 단계로 진전했음을 의미한다. 북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협의가 중단된 듯 보이지만 실무단계로 넘어간 점은 기시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연결고리는 지속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고, 이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에도 조총련에 교육자금 3억 370만 엔을 보냈다는 것을 공개한 점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아직 움직임이 없다. 그런데 미국에 대한 비난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할 터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도 비중을 두고 있는 행동이다. 즉 누가 되든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이 나서서 대미 관계 개선 시그널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북한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관리하는 방안으로 양 진영 모두 ‘핵 감축’이 언급되고 있다. 주류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북한 핵을 관리해야 하는 단계라며 ‘핵 불용’이라는 비현실적 대응책보다는 ‘핵 감축’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주장 모두 북한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 관심권에도 없었던 북핵 문제를 불용과 감축이라는 담론을 통해 대선의 관심권으로 불러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한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들어 일본의 대북 접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북한은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직접 대화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으며, 마치 미국의 필요에 의해 북한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버티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적대적 국가관계’를 선언한 이전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북한이 고려하는 영역에서 한국이 배제됐다는 점은 마치 한국의 외교에서 북한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는 셈이다. 그것이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를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유연성으로 외교 공간을 넓혀야 한다

그런데 총선 결과와는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은 기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패배 직후 주요 공직자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실은 제외됐다. 통일외교안보(대외정책) 분야는 총선과는 무관하며, 윤석열 정부가 가장 일을 잘한 분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국민들이 불안해했던 종북화, 중국 편중, 한·미동맹 약화, 한·일 관계 악화 등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시켰다고 대통령실은 자부한다. 실제로도 한·미동맹 강화, 한·일 관계 정상화, 한·미·일 정책공조 회복 및 강화, 대북 압박 및 대중국 관계 조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진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총선 이후 내치에 집중하는 한편 대외정책은 기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국의 외교가 실종됐다는 비판 또한 강하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와 대북 압박에 집중하다 보니 국익보다 이념과 가치에 쏠리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도 너무 소원해졌다는 비판이다.

현재 동북아 지역에는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대북정책 면에서는 압박과 봉쇄를 더욱 강화할 듯하다.

최근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인권관련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상황이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강하게 하면 결국 북한은 손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판단을 강화시켜 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북·중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북한경제는 숨통이 트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대한 재조정을 위해 행동에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나 일본 역시 압박과 봉쇄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의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과 다른 미·일·중·러 4개국과의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움직임에서 한국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이러한 한국 외교 현실을 비판하는 국민여론에 편승하여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여당 역시 레임덕이 본격화될 경우 정책의 변경을 요구하게 되고 윤석열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급선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독도 방문과 대일 강경책으로의 선회로 인해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외교 공간을 넓히기 위해 유연성이 필요하며 그 출발점은 대북정책이다. 이는 총선 결과로 나타난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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