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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80% 수업 시작했지만 “의대생 안 돌아오는데 어떡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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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의대생들의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하며 대거 휴학계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난 가운데, 전국 40개 의대 중 32곳(80%)이 수업을 시작했다. 의대생들이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집단유급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의대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서 수업을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강의실에 출석해 직접 수업을 듣는 것이 눈치가 보여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여전히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은 수업하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의대 40곳 중 32곳(80%)이 수업을 시작했다. 앞서 의대는 2월 예정이던 개강을 미루다 이달 들어 16곳이 수업을 재개했고, 이날 16곳이 추가로 수업에 나서기로 했다. 남은 의대도 대부분 이달까지 수업을 재개한다. 한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1학기를 7월 말에 마치는 것을 고려하면 늦어도 4월에는 수업을 시작해야 학사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여전히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날까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1만442명으로 전체 의대생(1만8793명)의 55.6%다. 한 지방 사립대 의대는 이날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아 무산됐다. 대신 수업 일정을 2주쯤 미루고 의대 학장과 학생 대표가 면담을 하기로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수업을 하려고 했으나 학생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우선 의대 학장이 학생 대표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5일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의대생들이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의대 교수가 강의실에서 실시간으로 화상 수업을 하거나, 강의 영상을 녹화한 뒤 학생들이 내려 받으면 출석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수업을 듣고 싶어도 주변 눈치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기존 오프라인 수업에 온라인 수업을 추가로 개설했다”며 “참여율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의대생들이 계속 수업을 거부하면 집단 유급될 수 있다. 의대는 통상 수업일수의 3분의 1이나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고, 한 번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되며 등록금도 돌려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의대 1학년이 집단 유급되면 기존 정원 3058명에 내년에 새로 들어오는 5058명(증원 2000명+3058명)을 더해 8116명이 함께 수업을 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대 본과생은 실습과 국가고시까지 있어 타격을 크게 받는다. 의대 본과생이 국가고시를 치르려면 실습 시간을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 채운 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의학 교육 평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의대 본과 3~4학년의 실습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의대생들이 실습 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국가고시를 치르지 못하고 의사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본과생의 실습이 계속 중단되면 그만큼 졸업하고 병원에 나가는 의사 인력에 공백이 생긴다”고 했다.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한 박민수 차관. 오른쪽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한 박민수 차관. 오른쪽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 ‘증원 2000명’ 조정 가능성 선 그어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뒤 의료계는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는 지난 12일 “의대 증원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에 나서라”고 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 1360명은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면서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들은 정부가 의료계 요구를 수용할 경우 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늘어난 의대 정원 2000명을 학칙에 반영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학칙을 개정한 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을 받아 오는 5월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 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 대학들은 2000명 증원에 맞춰 교수를 채용하고 강의실, 기자재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 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의료 개혁 의지는 변함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료계 여러분은 집단 행동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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