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무력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세계경제를 위협할 전망이다. 정부는 긴급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어 금융시장, 원자재 수급·가격 모니터링 강화 등 상황관리에 돌입했다.
이란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무장 무인기(드론),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소행으로 지목한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7명의 군인이 사망했다. 이란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보복을 예고했고, 12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인이 운영하는 기업의 선박을 나포한 바 있다.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관계로 돌아선 이래 처음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밥 맥널리 래피던그룹 대표는 이번 공격에 앞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요인인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더 뒤로 밀리게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날 우리 정부는 중동사태 관련 긴급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향 논의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긴급상황점검회의에는 김병환·김윤상 차관과 차관보, 예산실장, 세제실장, 국제경제관리관, 재정관리관 등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매일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면서 “긴밀한 공조 하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계획 재점검과 필요시 적기에 신속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외 충격으로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되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 하겠다”면서 “이번 사태에 따른 실물경제 동향 점검도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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