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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크통 5000개에 담긴 100년의 기술’ 하이트진로 이천 소주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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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숙성고의 모습. /양범수 기자
지난 11일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숙성고의 모습. /양범수 기자
지난 11일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숙성고의 모습. /양범수 기자

지난 11일 경기 이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증제동. 위생모를 쓰고 위생 덧신을 신고 다다른 숙성실에는 술 익는 향이 가득했다. 숙성실 안 고숙성 오크통이 보관된 철문이 열리자 짙은 술 향과 함께 강한 나무 향이 사방으로 퍼졌다.

철문 안쪽으로는 10m는 되어 보이는 여덟 단짜리 철제 선반이 좌우로 11개씩 놓여있었다. 각 선반에는 200ℓ 용량의 오크통 5000여 개가 두 줄로 놓였다. 오크통에는 저마다의 번호와 종류, 검정일, 용량, 최초주입일, 재주입일 등이 기록된 라벨이 QR코드와 함께 붙어 있었다.

이곳에는 양곡관리법으로 증류식 소주를 만들지 못했던 하이트진로가 다시 증류식 소주를 만들기 시작한 1990년대에 검정을 받아 사용된 오크통부터 최근 수입돼 쓰이고 있는 오크통들이 진열돼 있었다. 모두 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오크통으로 대부분이 처음 주입했던 술이 소진돼 재주입이 이뤄진 것들이었으나, 일부 오크통은 올해로 24년째 술을 품고 있었다.

각각의 오크통은 최적의 상태를 맞추기 위해 엄격히 관리됐다. 관리 담당자인 이영규 파트장은 “오크통이 상하는 것을 막고 통 안의 술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여름에도 내부 온도가 섭씨 20도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숙성실 안 오크통을 오르내리기 위한 승강기에 붙은 온·습도계에는 섭씨 10.2도, 습도 79.5%라고 적혀있었다.

이곳에서는 5년 이상 숙성을 거친 술이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매년 한정 출시되는 ‘고연산 일품진로’와 12년 이상 숙성된 원액이 첨가된 ‘일품진로 오크43′ 등이 대표적이다. ‘일품진로23′과 ‘진로1924′ 등은 오크통 숙성 없이 숙성실 바깥의 금속 설비에서 만들어진다.

하이트진로는 오크통 숙성 제품만이 아니라 모든 증류식 소주가 1924년부터 증류식 소주를 만들어 온 100년 양조 기술을 통해 각기 다른 맛과 특징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증류식 소주는 진로소주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가 1924년 만든 ‘진로’를 모태로 한다. 양곡을 원료로 하는 술을 만들지 못하게 했던 1965년부터 1999년까지는 증류식 소주를 만들지 못했으나, 2007년부터 일품진로를 만들면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전장우 하이트진로연구소 소장(상무)가 지난 11일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열린 100주년 미디어 프로그램에서 발표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전장우 하이트진로연구소 소장(상무)가 지난 11일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열린 100주년 미디어 프로그램에서 발표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 ‘소비자 언어’에 맞춰온 100년의 기술력… “깔끔한 맛 강조”

전장우 하이트진로연구소 소장(상무)은 하이트진로의 증류식 소주 제조 기술의 핵심으로 ‘소비자 맞춤’을 꼽았다.

전 상무는 이날 이천 공장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100주년 간담회에서 “제품의 개발 단계에서 마케팅 담당들이 영업 담당과 이야기해 보면 소비자들의 소구점은 ‘시원한 맛’, ‘깔끔한 맛’에 있다”면서 “그런 소비자 언어들을 받아들여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깔끔하다’는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증류 기술 등을 계속 발전시켜 오고 있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유취와 탄 내음이 강한 상압 증류 방식을 적용하던 초기와 달리, 현재는 열변성이 적고 깔끔한 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감압 단식 증류 방식을 제조에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증류 과정에서 향이 강한 첫술과 잡미가 있는 끝술은 버리고 향과 풍미가 뛰어난 중간 증류 원액만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발효 과정에서도 일정한 맛과 향을 위해 쌀 입국 및 전용 효모를 통해 발효를 제어하고 여과 과정 역시 영하의 온도에서 진행하여 불순물과 유성분, 잡미를 제거하고 있다.

전 상무는 희석식 소주에도 증류식 소주와 마찬가지로 ‘깔끔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시 당시 대나무 숯 여과 공법을 도입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깔끔한 맛을 강조했고, 현재는 주정을 희석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병입 직전까지 이 과정을 4번 거치게 하면서 대나무 활성 숯의 ‘정제’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전 상무는 “대나무 숯은 복잡한 그물망 구조로 거대한 내부 표면을 갖고 있어 여과·정제에 탁월하다”면서 “휘발성 화합물에 대한 제거 효율이 높고 특히 숙취 원인 물질로 알려진 성분들을 제거하는 데 우수한 효능이 있다. 저희는 죽탄을 이용한 주류 제조 방법에 대해 다수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또 다른 100년 위한 준비… “종합 연구소 열고 제품군 확대”

하이트진로는 이날 향후 100년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먼저 증류식 소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재복 이천공장장(상무)은 “코로나19 이후 주류 소비문화가 다각화되어 증류식 소주 시장이 본격 개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천공장 설립 초기에는 오크통이 2만 개 정도 있었는데, 회사가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증류식 소주 설비를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위스키나 청주 등으로의 제품군 확대도 이어갈 방침이다. 전 상무는 “직접 생산하지 않는 청주와 위스키 분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사업에 언제든 착수할 수 있도록 소비자 니즈에 맞춘 연구를 진행하여 다양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증류소 건축과 관련해서는 “현재 설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올해 신년사로 미래 청사진 마련을 위해 해외 생산공장과 통합연구소, 증류소를 건설하고 경영 내실화로 도약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맥주와 소주로 나뉘어 운영 중인 하이트진로 연구소를 통합해 2025년 종합주류연구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주류 개발 강화, 식품 안전 강화, 기초 연구 강화, 신소재 개발 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 상무는 “현재 경기 용인 동백지구에 통합 연구소를 건축 중이며, 소주와 맥주뿐 아니라 청주, 위스키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새 연구소에는 분석 센터를 운영해 식품 안전 분야에 대해서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74년 설립된 진로연구소를 모태로 하는 하이트진로 연구소는 현재도 효모 및 미생물과 발효·증류·숙성 기술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맥주·소주·와인 등 다양한 주종에 따른 효모를 500종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맥주 발효 공법과 곡물 및 과실 발효 기술 등도 갖고 있다.

정세영 커뮤니케이션팀 상무는 “하이트진로는 수많은 도전으로 100주년을 맞이한 지금까지 빛날 수 있었다“면서 ”지속해서 기술과 품질을 향상해 더 나은 제품을 소비자들께 선보이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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