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유료 회원을 보유한 쿠팡이 2년 4개월 만에 와우멤버십 월 회비를 58% 인상하기로 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격화하자 본격적인 전쟁 대비를 위한 ‘실탄’ 장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마자 전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물론,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한 뒤 가격을 인상하는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인 전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12일 보도자료를 내어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 월 회비를 현재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한다”며 “신규 회원은 13일부터 바로 적용되고, 기존 회원은 오는 8월 첫 결제일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쿠팡의 멤버십 회비 인상은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으로 72.1% 올린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이번 인상으로 쿠팡 유료 멤버십 수익은 연 8,388억 원에서 1조 3,26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은 약 1,400만 명에 이른다.
쿠팡은 당일 배송인 로켓배송 무료, 무료 반품, 로켓프레시 새벽 배송, 로켓 직구 무료배송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이용, 최근 추가된 쿠팡이츠 무료 배달 등 여러 서비스 비용을 합치면 7,890원으로 가격을 올려도 ‘가성비’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은 “넷플릭스·티빙(월 1만 7,000원), 유튜브 프리미엄(1만 4,900원), 디즈니플러스(1만 3,900원) 등에 견줘 절반 가격에 오티티를 이용을 포함해 10가지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멤버십 비회원 대비 회원의 연평균 비용 절약액은 회비를 제외하고도 87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런 유료 멤버십 회원 혜택 유지에 연간 4조 원 정도를 쏟아붓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객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 그간 정부가 억눌러왔던 가격 인상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거대 플랫폼 기업이자 유통업계 1위인 쿠팡이 제일 먼저 인상에 나선 것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고아무개 씨는 “아이 때문에 빠른 배송이 편리해 쿠팡을 이용 중이지만, 서비스에 익숙해지자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니 소비자를 물로 보는 것 아니냔 생각이 든다. 총선 전에는 눈치를 보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격을) 올리는 것도 황당하다. 7월까지만 이용하고 중단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2021년 12월 4,990원으로 유료 멤버십 회비를 2천 원 인상하고도 유료 회원 수가 2년 새 900만 명에서 1,4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에서 보듯, 소비자 이탈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한차례 가격 인상 후 록인(lock-in) 효과를 톡톡히 봤기에 뚜렷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실제로도 회원 수 감소는 소폭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회비 인상이 초저가 공세를 펼치는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앞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처라고 해석한다. 이커머스 한 관계자는 “알리는 향후 10년은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고 자본을 투입해 시장을 빼앗을 작정으로 한국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 쿠팡으로서는 지금까지 쏟아부은 인프라 구축 등 비용을 뽑기도 전에 알리 등 강력한 경쟁자의 초저가 도전에 직면했다. 이에 맞서기 위한 각종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실탄 장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리 등 중국 커머스의 공세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앞서 한국 브랜드 전문관인 케이-베뉴를 만들고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알리는 3년간 국내 물류센터 건립 등에 1조 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쿠팡으로서는 수익도 방어하고 추가 투자도 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 원, 영업이익 6,174억 원으로 창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 기록을 썼지만, 영업이익률은 1.9%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겨레 유선희 기자 /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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