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작은 섬에 고립된 실종자들이 영화에서나 보던 구조신호 덕분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는 지난 6일 오세아니아의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있는 무인도 피켈롯섬에서 야자수 잎으로 만든 ‘헬프'(HELP) 글자를 발견했다.
이 구조신호는 지난달 31일 이 근처에 낚시를 하다가 실종된 3명의 실종자가 쓴 것이다. 이들은 길이 6m 정도 되는 소형 보트를 타고 바다 낚시를 즐기던 중 모터가 물살에 휩쓸려 고장나자 가까운 섬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들이 구조 신호를 보내기 전 무전기도 배터리가 모두 닳아버려 그대로 발목이 묶이게 됐다. 이들이 발을 들인 섬은 어부들이 간간히 들릴 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다.
실종자들은 섬 곳곳에 있는 야자수 잎을 모아 해변에 ‘도와주세요'(HELP)라고 쓰고 구조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어부들이 설치해둔 우물 덕에 신선한 물을 구할 수 있었고, 코코넛 과육을 발라먹으며 버틸 수 있었다.
세 사람이 바다로 나선지 일주일이 지난 이달 6일, 친척 중 한 명이 실종 신고를 하면서 미 해안경비대가 구조에 나섰다. 다만 필리핀과 하와이 사이에 있는 태평양 국가 미크로네시아 연방은 250만 평방킬로미터에 흩어져 있는 600개 섬으로 구성돼 있어 실종 시 발견이 매우 어렵다.
이에 해안경비대는 미국 해군과 협조해 3인조로 팀을 구성한 뒤 600개 섬들을 샅샅이 뒤졌다. 다행히 해군의 P-8A 정찰기 한 대가 구조 신호를 포착하면서 이들은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수색구조 임무 조정관인 첼시 가르시아는 “그들의 구조 신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구조신호 덕분에 수색대가 곧바로 그들이 있는 곳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군 정찰기는 먼저 생존 팩을 세 사람이 있는 곳에 떨어뜨리고, 구조 센터에 위치를 전송했다. 하루 뒤 해안경비대를 통해 무전기를 전달한 뒤 세 사람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수색대원 중 한 명이 구조자들의 사촌이었다는 후일담도 전해졌다.
한편, 미크로네시아에서 실종된 사람들이 해안가에서 구조신호를 보내 구조대에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연료가 부족해 난파된 세 명의 남성들이 해변에 ‘SOS’라고 적어 구조된 바 있다. 이번에 실종자들이 구조된 곳과 같은 피켈롯 섬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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