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했던 정치·시사평론가들이 최근 YTN의 변화에 “이번 사건은 방송을 완전히 민영화하느냐는 문제와 묶여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악질적”이라고 우려했다. YTN의 공적 지분이 유진그룹에 넘어간 뒤 선임된 김백 사장이 YTN 전면 ‘물갈이’에 나선 가운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길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김민하 시사평론가와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지난달 말 YTN라디오 경영진에 의한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진행자 교체 소식을 접한 뒤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이들은 <뉴스킹>에 주 2·3회 출연한 고정 패널이었다.
<뉴스킹> 진행자 교체는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바뀐 YTN을 가리키는 신호탄이었다. 김백 사장 선임 전날인 지난달 28일 YTN 자회사인 YTN라디오는 진행자인 박지훈 변호사에 하차를 통보했다. 새 진행자는 보수 유튜버이자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배승희 변호사로 결정했다. 이후 김백 사장은 선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7본부장 체제를 개설한 뒤 보도본부장·보도국장을 새로 임명했다. 정부 비판 보도에 ‘대국민 사과’하고 ‘돌발영상’과 ‘오만정’ 등 정치 관련 대표 콘텐츠를 중단하거나 불방했다. 이들 조치는 모두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
김수민·김민하 평론가는 ‘뉴스킹’으로 대표되는 YTN 개편 방향과 방식이 모두 잘못됐다고 짚었다. 김수민 평론가는 하차를 결정한 배경으로 “진행자 교체의 발단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의 결정이었다.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이래저래 부족하거나 잘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선방위는 행정지도나 법정 제재 가운데서도 ‘주의’나 ‘경고’ 단계를 밟지 않고 바로 ‘관계자 징계’를 남발했다”며 “프로그램을 잘 하도록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만드는 표적징계”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김백 사장이 이 자리를 전리품처럼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행자를 교체한다 해도 개편 시즌을 이용할 수 있고 편성위원회 등 사내 절차도 있는데 (YTN 측은) 하필이면 김백 사장이 새로 취임하는 시점에 맞춰 급작스럽게 바꿨다”는 것이다.
김민하 평론가는 “일반적인 경우 진행자에 대해 (패널로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지만, 이런 경우에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행자를 바꾸는 건 방송사 자율이지만 제작진도 일방 통보를 받았다고 하고, 제작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YTN의 교체 방향이 ‘편파방송 극복’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김민하 평론가는 “기존 진행자를 교체하는 명분이 (선방위가 말하는) 편향적 진행이라면, 후임으로 택한 배승희 변호사의 진행에서 소위 형평성이나 공정함을 기대할 수 있을지 동의되지 않는다”며 “그는 유튜브에서 ‘좌파타파’ 슬로건을 걸고 장기간 활약하고 특정 정당(국민의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평론가도 “YTN이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교체하고, 교체 이후 어떤 방송을 만드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출연자의 구성 비중을 다른 쪽으로 확 바꾸는 방식은 자기 편에 기울어진 편파방송을 만들겠단 것”이라고 했다.
YTN의 급박한 변화는 단순한 ‘편 뒤집기’를 넘어선다. 김수민 평론가는 김백 사장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친정부 성향 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활동을 들어 “특히 김 사장의 경우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언련이 자체 모니터링에서 박지훈 변호사와 김수민 평론가를 모두 ‘좌편향 패널’로 규정한 점을 언급했다. “나와 박진훈 진행자의 정치 성향이 많이 다름에도 모두 ‘좌편향’으로 묶는 것을 보고 불길했다. 결국 그 단체의 이사장이 사장으로 부임한 뒤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언론 모니터링도 방송사의 자리를 둘러싼 쟁투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그는 “언론노조는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 때 여당이 추진한 언론중재법에도 반대했다는 점에서 상대 평가할 수 있지만 지금 YTN과 KBS에서 경영을 새로 맡은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민하 평론가는 “새로 온 사장이 취임사에서 노골적으로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때문에 민영화됐을 가능성’을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과거 (경영진에 의해 방송이 물갈이되는) 사례는 KBS나 MBC처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YTN를 완전히 민영화하느냐, 또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는 문제와 묶어서 벌어진 사건이다. 그래서 더 악질적”이라고 했다.
그는 “민영화한 방송사도 정권 성향을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경우 지배구조를 개선할 제도적인 틀을 대안으로 말할 수 있지만, 민영화한 방송사에는 이런 대안을 논의할 수 없다. 그래서 현 상황은 더 안 좋으며,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권의 언론 정책은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2년 하반기 YTN 민영화 방침을 결정했다. YTN의 공기업 대주주였던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보유지분 31%를 전량 매각 결정했다. 해당 지분은 민간기업 유진이엔티(유진그룹)에 넘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인 불법 체제’ 논란과 구성원 반발 속에 유진 측의 YTN 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유진그룹은 주식 취득 직후 김백 전 YTN 총괄상무를 YTN 신임 사장에 내정했으며, 김백 전 상무는 지난달 29일 YTN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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