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3대 개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총선 패배로 인해 국정 운영 동력을 사실상 상실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 과제 추진을 위한 ‘도어스테핑 재개’ 등 대국민 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포함)은 300석 중 175석(지역구 161석·비례 14석)을 쓸어 담았다. 국민의힘(국민의미래 포함)은 108석(지역구 90석·비례 18석)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숨은 보수표’를 기대하며 내심 과반을 노렸지만 개헌저지선인 100석에 턱걸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교육·연금·노동 ‘3대 개혁’ 동력 상실 우려
윤 정부는 그동안 교육·연금·노동 개혁을 이른바 ‘3대 개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정부·여당 역시 3대 개혁이 미래 사회와 미래 세대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 속에 예산과 입법으로 이를 지원하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임기 초 여소야대 정국에 발목을 잡히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이른바 ‘이권 카르텔 타파’ 등도 동력을 상실할 위기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R&D(연구·개발)와 금융, 통신, 플랫폼 등 일부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바 있다. 정부·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다.
그러나 총선 패배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다. 우선 야당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 친명(친 이재명) 체제가 더욱 공고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갈등 관계였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마저 국회 입성을 예약했다.
야당의 협상 파트너인 여당 지도부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시작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점도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당장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 역할로 총선 패배의 후폭풍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의 임기는 21대 국회 활동기간인 오는 5월 말까지다. 이후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부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개혁 과제 추진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재개해야 목소리
전문가들은 총선으로 드러난 민심을 고려할 때 윤 정부가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3대 개혁은 국회와의 협력 없이 추진 자체가 불가능”이라며 “결국 국회와의 협력 과정에서 방법과 대안 등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3개 개혁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정파의 이익과 상관없이 미래를 위해 논의하며 추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대통령이 불통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재개’를 통해 소통의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른바 소통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는 여론의 지지가 필요한 데 지금처럼 불통의 이미지로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도어스테핑 재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윤 대통령을 향해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총선의 민의는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고 야당과 대화·타협하는 정부가 되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이재명 대표를 만나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국가적 과제 해결 방안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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