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로는 9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인공호수 타이들 베이슨(Tidal Basin) 주변 방파제 공사로 인해 사라질 100그루 이상의 벚나무를 대체할 250그루의 벚나무를 미국에 보내겠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미국이 2026년에 기념하게 될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라며 “일본에서 태어난 이들 나무는 지난 110년간 워싱턴DC에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워싱턴DC 사람들이 벚나무를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 온 것처럼, 일미 관계도 서로의 조국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지되고 키워졌다”며 “벚나무는 일본과 미국 간 우정의 상징으로 양국의 유대는 벚꽃처럼 계속 자라고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기시다 총리가 9일 미국에 도착한 뒤 백악관 경내에 심어놓은 벚나무를 함께 보기도 했다. 해당 벚나무는 기시다 유코 여사가 지난해 4월 단독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질 바이든 여사와 백악관에 심은 나무다. 바이든 여사는 기시다 여사에게 해당 벚꽃 나무를 담은 왕벚나무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에 봄이 왔고 태양이 빛나고 있다”며 “100년 전 일본이 선물한 3000그루의 벚나무 덕분에 매년 봄이면 이 도시 전역에 벚꽃이 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 내 벚나무 3그루를 언급하며 “한 그루는 질과 요코 여사가 지난해 심은 벚나무고, 나머지는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이 미국에 준 250그루 중 2그루”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이 새로 기증하는 벚나무가 타이들 베이슨에 심어질 것”이라며 “우리의 우정처럼 이 나무들은 영원히 영감을 주고 번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912년 도쿄 시장이 3000그루 기증
워싱턴DC에 심어진 최초의 벚나무는 1912년 일본 도쿄 시장이 3000그루를 기증한 것이다. 이들 벚나무는 내셔널 몰과 포토맥강 사이에 있는 타이들 베이슨과 인접한 웨스트 포토맥 공원 주변에 심겨 있다. 하지만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이들 벚나무 중 일부를 제거할 예정이다. 제퍼슨 기념관 주변 지역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더 높은 방파제를 건설하기 위해서 벚나무 150그루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방파제는 1800년대 후반에 건설됐다. 이후 가라앉으면서 해일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조수로 인해 방파제 일부가 하루에 두 번 잠긴다. 이에 국립공원관리청은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한 수리를 했으나, 방조제는 더 이상 구조적으로 견고하지 않고 방문객의 안전과 인공호수 주변의 벚나무를 포함한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며 방파제 재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제거될 벚나무 중에선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벚나무 중 하나인 스텀피(Stumpy)라는 이름의 벚나무도 포함돼 있다. 스텀피는 무너져 내리는 방파제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수년 동안 살아남았다. 스텀피가 제거될 것이란 소식에 일부 팬들은 스텀피 보기에 나서기도 했다. 워싱턴 교외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 출신의 예술가 월리스 보이드는 스텀피가 나무에 바치는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국립공원관리청 대변인인 마이크 리터스트는 “공원 관리국이 스텀피에서 잘라낸 부분을 잘라놓은 뒤, 방조제 재건이 완성된 후에 스텀피가 위치한 곳에 아기 나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2027년에 새로운 방조제가 완성되면 270그루 이상의 새로운 벚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한편, 타이들 베이슨 근처에 있는 벚나무를 보기 위해 매년 150만명 이상이 찾는다. 이에 국립공원관리청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벚꽃 축제가 끝난 뒤인 5월 말까지 공사를 시작하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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