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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미디어의 위기가 곧 지역 공동체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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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사진=pixabay
▲ 스마트폰. 사진=pixabay

모두가 지역의 위기를 얘기한다. 분명 지역 위기는 산업과 일자리 등 경제적 영역과 연관된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문화적인 문제, 그리고 미디어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의 명저 <상상된 공동체>는 누군가가 하나의 민족에 속한다는 관념이 상상되고 발명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발명을 가능케 했던 핵심적인 요소가 인쇄 자본주의였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인쇄업자들이 지배계급의 언어인 라틴어 외에도 영어와 불어 등 일상언어로 된 책과 지방신문 등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같은 언어를 쓰는 개인들이 같은 인쇄물을 읽으며 민족이라는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 즉 민족적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지역 미디어의 역할도 그런 것이 아닐까. 지역을 재현하고 비슷한 언어 혹은 말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면서 지역적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그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역할 말이다. 그러니 지역 미디어의 위기는 곧 지역 정체성의 위기이자 지역의 위기이다.

미디어가 다변화하고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지만, 그것들이 주로 겨냥하는 것은 서울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서울을 재현하는 콘텐츠들을 본다. 혹은 자연스레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들에 익숙해져 있다. 사람들의 몸은 지역에 머무르되, 서울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역은 서울에 비해 뒤쳐져 있거나 종속된 것으로 여겨진다. 지역에 산다는 것이 차선책이 되어버린다.

▲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연합뉴스
▲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문제 의식에 기반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의 9개 지역협의회(강원·경인·광주전남·대구경북·대전세종충남·부울경·전북·제주·충북)는 제 22대 총선을 맞아 3월18일부터 각 지역의 시도당과 후보자들에게 지역 언론과 미디어의 위기를 극복할 정책들에 대해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각 질의서에는 공통 문항과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별 문항이 포함됐다.

공통 질의 문항은 다음과 같았다. △지역민 알권리 보장을 위한 미디어 바우처 제도 도입 △신문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 편집·제작 운영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신문법 개정안 △기후위기에 따라 빈번해진 지역 재난 정보 전달을 위한 지역 언론의 역할과 지원방안 △지역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지역 방송과 언론의 역할과 지원방안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방안 △지역 미디어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국회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

그러나 만족스러운 응답을 얻기는 힘들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는 어떤 지역에서도 응답을 받지 못했고,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더러 응답을 보내왔으나 많은 경우 중앙당이 내려보낸 모범 답안을 그대로 반복했다. 다만 녹색정의당과 진보당 등 진보 정당들은 비교적 성실하게 응답을 보내왔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하루 앞둔 4월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YDP미래평생학습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가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하루 앞둔 4월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YDP미래평생학습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가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정권 심판’ 혹은 ‘거대 야당 견제’라는 담론 속에 양당의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의 위기와 지역 미디어의 위기에 대한 고민이나 정책 기획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듯 했다. 총선 직후부터라도 재편된 구도가 어떠하든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 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 지역 미디어의 위기를 돌파할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역 공동체는 그것에 대한 상상을 만들어내는 미디어 없이는 존속 불가능하다.

미디어오늘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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