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SBS플러스·ENA 방영)의 남규홍 PD를 향해 방송작가들이 “작가들의 권리와 노동 인권을 무시하는 그의 갑질과 막말을 강력 규탄한다”며 행동에 나섰다. 스포츠서울은 9일 <나는 솔로> 작가들이 그간 계약서 없이 일하다 재방송료를 받기 위해 용역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자 남 PD로부터 ‘작가들이 한 게 뭐가 있다고 재방송료를 받냐’는 말을 들었다는 작가의 폭로를 보도했다. 또 남 PD가 작가 명단에 자신을 비롯한 PD들과 딸의 이름을 올렸다고 했다.
남규홍 PD는 엑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재방료를 주장하는 작가는 사실 재방료가 없다.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만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과 PD들, 딸을 엔딩크레딧 작가 명단에 올린 데에는 “PD들도 작가적인 일을 했으면 그 근거를 남기자는 것”이라고 했다. 계약서 수정을 두고는 프로그램에 맞게 조항을 검토한 것뿐이라고 했다.
‘본래 재방료는 방송작가협회 회원만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데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성명을 내고 “명백한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작가협회는 작가들의 저작권을 신탁받는 곳으로 가입과 무관하게 재방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정한 방송작가협회 ‘저작물 신탁계약 약관’은 “비회원 작가와 저작권사용료 지급을 위하여 신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방송작가지부는 “오히려 작가 저작권 보호의 핵심은 계약서”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계약서는 △원고 저작권 △2차 사용과 전용 시 권리관계 등을 저작권법에 따라 명확히 하도록 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 PD는 거짓말과 억지 논리로 표준계약서에 있는 저작권 관련 조항을 삭제한 불공정 계약서를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내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송작가지부는 “더욱 가관인 건 이번 사태를 대하는 그의 태도”라고 했다. 남 PD는 엑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바빠서 간혹 놓치는 경우가 있다. 작가들이 하루 이틀 일하다가 프로그램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고 말했고 “굳이 내가 (작가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았는데 누구에게 사과를 하나? 벌금을 내는 걸로 정리되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계약서 미작성 책임을 업계 관행으로 돌리는가 하면, 피해 작가에 2차가해하는 후안무치”라며 “예술인 권리보장이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동료 작가들을 욕되게 하는 언사”라고 했다.
방송작가지부는 남 PD가 본인과 딸을 작가 명단에 올린 데에도 “‘아빠 찬스’와 ‘셀프 입봉’으로 딸과 자기 자신을 방송작가로 둔갑시켜 저작권료를 가로채려 한 파렴치함에 분노한다”고 했다. 이어 방송작가지부는 남 PD를 향해 “방송은 수많은 스태프들의 땀과 열정이 어우러진 협업의 결과물이지 ‘너만 솔로’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상처받은 피해 작가들과 실망한 시청자들께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지부 관계자는 성명 배경을 두고 “계약서 미작성과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많은 작가들에게 숱하게 일어난다. 거기다 현장에선 PD 업무라 할 연출이나 컷 구성도 작가들이 PD 옆에 붙어서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SBS에 근무했던 작가 A씨는 “작가협회에 비회원으로 저작권료를 받기 위해 연락했을 때 엔딩에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작가 증명이 됐다. 아마도 남 PD가 그런 방법으로 저작권료를 받으려고 작가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남 PD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작가지부의 지적에 대해 “(나의 인터뷰 발언은) 정회원의 경우는 재방료가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절차를 밟아 지급될 수 있다 생각해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작가들에게 ‘한 게 뭐 있다고 재방료를 받느냐’고 말한 게 사실인지를 두고는 “지나가는 말들을 가지고 시시콜콜 기사화할거면 마음대로 하라”며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재방료 지급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방송사와 협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남 PD는 지난 2월 문제제기한 작가가 나간 뒤, 재방료 관련 부분을 재수정한 계약서를 작가들에게 넘겼다고도 주장했다. 어떤 조항을 수정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8년차 작가가 (일한 지) 2년 반이 지나서 표준계약서를 들이밀면 검토를 해야 하지 않나”라며 “그 와중에 시간을 끌었다고 불만을 가지고 나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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