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갑’ 안철수 vs 이광재, ‘을’ 김병욱 vs 김은혜
각종 여론조사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 지속
민주당 ‘아킬레스건’ 수원정 김준혁·안산갑 양문석
용인갑, 이상식 내외 논란에 與 이원모 ‘급상승세’
4·10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9일, 더불어민주당이 상당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던 경기도 상당수 선거구 판세가 여야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앞서 1159만여명의 경기도 유권자 중 29.5%(342만여명)가 투표를 완료한 가운데 남은 800만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 선거구 17곳을 격전지로 봤다. 구체적으로 보면 △성남분당갑 △성남분당을 △동두천양주연천 △포천가평 △여주양평 △수원병 △의정부갑 △고양병 △하남갑 △용인갑 △용인병 △용인정 △파주을 △이천 △안성 △김포갑 △김포을 선거구 등이다.
이 대표는 “전국 곳곳이 접전지다.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선거구”라며 “이제는 백병전이다. 심판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투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도권 초박빙 선거구로 꼽히는 분당을 찾아 “대한민국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순신 장군께서 (임진왜란 당시) 12척의 배로도 우리나라를 구했듯, 우리에게도 오는 10일 12시간이 남아있다”며 “그 12시간 동안 국민께서 나서주시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절박함을 읍소했다.
여야 이견 없이 격전지로 분류된 선거구는 분당갑이다. 분당갑에선 현역 3선 의원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국회사무총장을 지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4선 고지에 도전한다.
그간 분당갑 선거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후보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간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서로 우세와 열세가 교차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현재 분당갑은 반도체와 첨단혁신 산업단지 및 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한 ‘미래도시’ 도약 등 이슈로 주목받는 만큼, 두 후보 중 누가 적임자인지 투표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다음 격전지인 분당을은 현역이자 이재명 대표의 측근 모임 ‘7인회’ 멤버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선에 나서고,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도전장을 낸 경합 지역이다. 두 후보는 분당 1기 신도시 재개발 이슈를 놓고 막판 네거티브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병욱 후보는 지난 5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전 국민 관심사인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앞선 TV토론회 당시의 소회를 전했고, 김은혜 후보는 “좀 더 솔직한 정치를 하시는 게 당사자를 비롯해 분당 주민들께도 올바르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도 분당을 총선 결과에 대해선 ‘예측 불가’라고 입을 모았다.
22대 총선에서 난데 없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한 ‘대파 한뿌리 가격’ 논란과 ‘이화여대생 미군 성상납’ ‘퇴계 이황 선생은 성관계 지존’이라는 등 과거 망언 논란에 휩싸인 경기 수원정 선거구 판세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곳엔 ‘대파 한뿌리 가격’ 논란을 빚은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들과 성관계를 맺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거나 나아가 초등학교 제자들과도 관계를 맺었을 수 있다는 망언을 하는 등 논란이 시시각각 터져나오며 민주당 ‘아킬레스건’으로 자리매김한 김준혁 후보가 맞붙는다. 수원정의 경우 그간 민주당이 지켜온 텃밭으로 꼽히지만, 이번 논란으로 야권 후보 당선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비명계’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사실상 ‘비명횡사’ 당하면서 공천장을 거머쥔 양문석 후보가 출마한 안산 상록갑은 이번 총선에서 여타 선거구보다 잡음이 크다. 경쟁자는 장성민 국민의힘 후보다.
양 후보는 지난 2021년 4월 새마을금고에서 장녀 명의로 대출받은 ‘사업 운전자금’ 11억원을 아파트 매입 관련 대출금을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불법·편법 대출 논란이 일었다. 이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실패한 불량품’이라는 등 망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와 관련 양 후보는 “시민께 사죄하고, 좋은 정치로 갚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정권 심판론’을 외치곤 있지만, 민주당발(發)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중되는 모양새다. 2주 전까지 ‘안정권’으로 분류되던 경기 용인갑 선거구가 최근 이상식 민주당 후보 내외의 ‘탈세 의혹’ ‘재산축소 신고 의혹’ 등으로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좁혀져 ‘신(新) 격전지’로 급부상하면서다. 이상식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부산경찰청장 출신 이상식 후보의 배우자 K씨가 유통한 미술품에 조폭 자금이 투입됐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용인갑 표심 향배는 더욱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3일 TV토론회에서는 경쟁자이자 ‘특수통 검사’ 출신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가 이상식 후보 내외의 재산축소 신고 의혹을 집중 추궁하며 해당 의혹을 사실상 시인토록해 ‘토론 압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 열세를 보이던 이원모 후보 지지율은 공표·보도 허용 기간 막판에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홍석준 국민의힘 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경합지의 판세가 열세에서 우세로 돌아선 골든크로스(지지율역전) 상황이 야권의 압승 판세를 뒤집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경기 용인갑 지역은 뒤지고 있다가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1.6%p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공정 이슈에 비판적인 2030세대의 변화가 확연히 감지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도 최근 용인갑을 ‘초박빙’ 선거구로 꼽으며 직접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가 격전지로 분류한 용인정 선거구도 주목할 만 하다. 타 선거구 대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적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강한 추진 의사를 보이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경제통’으로 꼽히는 정치 신인 강철호 국민의힘 후보와 수차례 당적을 옮기다 이 대표의 권유로 복당한 ‘전국적 인지도’ 이언주 민주당 후보가 대결을 펼치고 있다.
용인정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게리맨더링(특정 정당·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획정하는 것)으로 신설된 선거구다. 20~21대 모두 민주당 표창원·이탄희 의원이 보수정당을 누르고 당선된 야권 초강세 지역구지만, 두 사람 모두 의정활동 과정에서 회의감을 느껴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지역 민심의 정치적 피로도도 높다. 이에 HD현대로보틱스 대표 등을 지낸 강 후보는 ‘일 잘하는 용인사람 강철호’를, 법조인 출신 이 후보는 ‘믿음직한 이언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막판 표심 호소 중이다.
아울러 평균 연령 34세의 젊은 도시인 동탄2신도시를 포함한 화성을 선거구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엔 삼성전자 DS부문 연구원을 지낸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와 현대자동차 사장을 역임한 공영운 민주당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3파전을 치르는 가운데, 최근 이준석 후보의 기세가 만만찮다는 관측이다.
이준석 후보의 상승세는 지난 2021년 30억원대 성수동 주택을 군 복무 중이던 아들에게 증여한 사실이 밝혀져 ‘아빠 찬스’ 논란을 산 공영운 후보로부터 반사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천하람 총괄선대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운 후보와 이준석 후보, 한정민 후보가 맞붙는 경기 화성을에서 골든크로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후보들은 9일 저녁시간대 ‘피날레 유세’를 펼치며 지역 유권자들을 향한 막판 표심 호소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22대 총선 출구조사 발표는 총선 본투표 당일인 10일 오후 6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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