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 구도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22대 국회 입성을 발판 삼아 대선까지 노리는 후보들을 포함해 각 당에서 선거를 총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등 잠룡들의 정치 생명이 총선 결과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가량 남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후보들은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미리 다지는 데 크게 유리해진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모두 총선을 하루 앞두고 대권 잠룡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단숨에 여권 내 1위 대권 후보로 부상한 한 위원장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당내 최대 예상 의석수인 130석 가까이를 확보하면 한 위원장은 여당의 ‘구원투수’로 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잇는 보수 진영의 대권 주자로 ‘굳히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당이 120석 미만으로 추락하거나 특히 개헌 저지선(100석)이 뚫리는 경우 한 위원장은 당분간 정치 행보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한 위원장으로서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독이 든 성배를 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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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예상대로 민주당이 압승할 시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채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천 파동을 딛고 얻어낸 승리인 만큼 지지층 결집 효과가 극대화되고 범야권 200석까지 달성할 경우 대통령 탄핵소추안, 김건희 특검법 등으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야권에서 이 대표와 경쟁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당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꼽힌다. 조 대표는 이 대표처럼 강성 팬덤을 등에 업고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팀 민’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원내 과반을 달성하지 못하면 조국혁신당에 캐스팅보트가 넘어간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조 대표가 정치적으로 비사법적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순간 대선 후보로서 지지율이 확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와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는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도 여권 내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원 후보는 불리한 환경에서도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예상을 깨고 10일 원 후보가 승리하면 야권 내 1위 대선 후보를 꺾은 만큼 보수 진영의 대권 구도 또한 원 후보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한때 유력 대권 주자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는 경기 분당갑에서 상대 후보인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다투는 것으로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이기면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패배한다면 여권 내 설 자리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이 대표와 경쟁한 이 공동대표의 상황도 좋지 않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 공동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친명’ 민형배 민주당 의원에게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미래가 이번 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이 공동대표는 ‘배신자’ 프레임과 더불어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 또한 당 원내대표를 지낸 수도권 여성 중진이자 대선 후보로도 거론된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패할 경우 대권에서는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실망했던 것, 저희가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면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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