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의 입법부 지형을 결정짓는 제22대 총선이 9일로 하루를 앞두게 됐다.
이번에 선출되는 국회의원 300명은 우리나라의 모든 법안과 국가 예산안을 의결하고, 행정부와 협력 및 견제하면서 미래 의제를 설정하는 막중한 역할과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에 누가 앉게 될지는 오롯이 유권자의 선택에 달렸다. 전체 유권자 4천428만명 중 사전·재외·선상투표자를 제외한 3천34만명이 아직 투표하지 않았다.
각자의 한 표가 모여 만들어질 총선 결과는 출범 2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아울러 앞으로 임기가 약 3년 남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와 주요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줄지, 제동을 걸지도 결정하는 계기가 된다.
득표율 0.73%포인트의 차이로 5년 만에 극적인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의 여세를 몰아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당시와 달라진 표심을 마주하게 됐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조사에서 정부 견제론(49%)은 여전히 정부 지원론(40%)을 앞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수치만 놓고 보면 이번 총선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새로 만들어진 조국혁신당 등 야권의 우위를 점치기 쉽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민심이 요동치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여야가 본격적으로 ‘총선 모드’에 돌입한 지난해 말 이후 판세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을 맞닥뜨리면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빚어낸 당정 갈등에 이어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표현으로 대표된 민주당의 공천 파동, 이종섭 대사·황상무 수석 사퇴와 윤 대통령의 ‘대파값 발언’ 논란, 양문석·김준혁·박은정 등 야권 후보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막말 논란이 이어지는 등 여야의 악재는 혼재했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동시에 불안과 불편도 가져온 ‘의사 증원’ 갈등은 가까스로 해법이 도출되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이어지다 보니 여야는 선거를 불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도 ‘초박빙 지역구가 50여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여야의 절박함은 상대 당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를 확대 재생산했고, 그 어느 총선 때보다 극심한 대결 구도를 보였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각각 호남과 대구·경북(TK)을 ‘패싱’한 채 접전지 유세에 ‘올인’했다.
이런 혼전 속에 치러지는 총선이 현재 다수 예상과 달리 ‘여대야소(與大野小)’로 귀결될 경우 국민의힘은 8년 만의 의회 권력 교체를 이뤄내게 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선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진정한 정권 교체’를 완성하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고 난마처럼 뒤엉킨 대내외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연금·교육개혁과 의료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여당에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지난 2년간 우리 정부와 여당은 너무 힘들었다”며 “정부와 여당에 계속 싸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의 경우, 즉 ‘여소야대(與小野大)’가 유지된다면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으면서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하고, 정부의 국정 기조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200석에 가까운 압도적 의석을 확보할 경우 야권에서 공공연히 거론돼 온 대통령 탄핵과 개헌이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국은 ‘시계제로’의 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저 사람들 다시 혹시 국회 과반을 차지하거나 그러면 이 나라 절단난다. 그렇게 되면 정말 벌어질 일이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는 우리나라의 향후 운명과 직결되는 여러 경제 정책과 대북정책, 한미일 관계, 각종 법 규제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감세와 건전재정 원칙 아래 기업 활력과 규제 개혁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기조지만, 야권에선 내수 진작 등을 위한 각종 지원금 배분과 대기업의 임금 규제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기존의 대북정책도 총선 결과에 따라 좌표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한미·한일·한중 관계 역시 연쇄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멀게는 3년 뒤로 다가올 차기 대권의 향배도 이번 총선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성적표에 따라 대선 구도의 큰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물론, 여권(안철수·원희룡·나경원·유승민)과 야권(조국·이낙연·임종석·김부겸)의 ‘잠룡’들이 총선에서 ‘선수’ 내지 ‘코치’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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