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욱일기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를 군기로 이용하는 등
여전히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어 논란
관광 명소로 유명한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 욱일기가 걸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해당 욱일기는 한인들이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해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해외 곳곳에서 한인들이 욱일기를 없애고 있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최근 한 50대 한인이 남미를 여행하다가 우유니 소금사막에 걸려 있는 욱일기를 발견하고 제거했다.
소금사막의 호텔 앞에 각국 여행자들이 자국 국기를 걸어놓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욱일기가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캐나다에서도 한인이 맥주 디자인에 포함된 욱일기 문양을 찾아내 디자인을 바꾼 일이 있었다.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밴쿠버에서 유명한 맥주 업체가 새롭게 출시한 맥주 디자인에 욱일기 문양을 사용한 것을 보고 업체에 항의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맥주는 일본의 술인 사케 성분을 첨가한 맥주였다. 욱일기 문양을 사용한 것은 사케 성분이 포함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업체 측에서는 욱일기와 관련된 역사에 대해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고, 2주 뒤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하여 다시 출시한 맥주를 그 한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세계 곳곳에서 욱일기를 제거했다는 한인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며 “욱일기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욱일기 사용에 대해 직접 항의하는 한인들이 많아져 뿌듯하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도 욱일기와 관련된 큰 논란이 있었다. 공공장소에서의 욱일기 전시 제한을 폐지하자는 내용의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된 것이다.
‘서울특별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에는 서울 시내 공공장소에서 욱일기를 비롯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을 전시·사용·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길영 서울시의원이 해당 조례의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이미 시민들에게 반제국주의 인식이 충분히 함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에 대한 공공사용 제한을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조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 서울시의회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110명 가운데 75명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조례안을 발의한 지 하루 만에 이를 자진 철회했다.
욱일기로 인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녀시대 티파니, 트와이스 미나, 걸스데이 혜리, 빅뱅 탑, 포미닛 현아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욱일기 사용과 관련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욱일기 디자인을 사용한 점퍼, 티셔츠, 모자 등을 착용한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는데, ‘단지 디자인이 예뻐서’ 착용한 것이라고 해명하여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욱일기 사용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욱일기는 태양 주위로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다. 이를 ‘일족문’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일족문은 오래 전부터 전통적인 문양으로 사용되어 왔다.
문제는 이 깃발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 군대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욱일기라는 이름에도 ‘아침 해가 떠오르는 기세로 제국을 이룬다’는 일본 제국주의 사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즉, 욱일기는 독일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이다.
독일에서는 과거 전쟁으로 인한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로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여전히 욱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욱일기는 일본 자위대의 군기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스포츠 경기의 응원기나 각종 상품의 디자인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욱일기를 둘러싼 논란은 국내에서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일각에서는 욱일기가 단순히 일본의 전통적인 문양일 뿐이며, 전범기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전범기’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쟁을 벌인 사람들이 문제지, 깃발이 문제냐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 하켄크로이츠를 전범기로 인식하고, 곳곳에 드리워져 있는 나치의 그림자를 걷어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욱일기를 사용하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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