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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민심의 바로미터인 ‘동작을’은 여야가 모두 꼽는 승부처다. 국민의힘은 동작을 재탈환에 도전하는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경찰출신 정치신인 류삼영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4선 나경원 후보와 정치신인 류삼영의 맞대결을 염두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번이나 이곳을 찾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동작을 4번이나 찾았고 오는 9일 마지막 유세 일정에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동작을을 ‘서울의 리트머스지’로 보는 까닭은 보수 지지세가 강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야권 텃밭인 관악·금천·구로 사이에 자리해 ‘중간지대’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동작을에서 승리하는 당이 ‘서울 바람’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작을은 역대 총선에서 어느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는 스윙보터로 꼽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004년 17대 총선까지 주로 민주당 계열 정당을 선택했지만, 18~20대 총선에서는 정몽준·나경원 등 보수정당 후보의 손을 잡아줬다. 2020년 21대 총선은 다시 이수진 민주당 후보가 ‘4선 현역’ 나경원 후보를 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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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새벽 5시부터 뛰고 또 뛰고…강남까지 6분!”
4·10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오전 11시30분경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병원 앞에서 만난 나경원 후보는 이미 시민들과 안부인사에 한창이었다.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 40~50대까지 누구든 나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지난 5~6일 진행된 사전투표를 마친 이들은 나 후보에게 “뽑았습니다”라고 먼저 말하기도 했다.
중앙대 정문 쪽에 가까워질수록 점심시간 식사를 하러 나오는 대학생, 교직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나 후보는 “중대를 위한 강남까지 6분”, “나경원이예요, 중대 파이팅”을 끊임없이 외쳤다. 나 후보가 언급한 ‘강남까지 6분’은 서울 출마 후보들과 함께 발표했던 ‘서울 내부순환 급행전용 철도망 구축’ 공약을 뜻한다.
학교 앞에 다다르자 셀카를 요청하는 대학생들이 줄지어 서기 시작했다. 중앙대 로스쿨에 다닌다는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자 나 후보도 반갑게 맞이했다. 나 후보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판사 생활을 하다 정치에 입문한 만큼 이들의 까마득한 법조계 선배다. ‘사진’의 물꼬가 트이자 줄이 늘어섰다. 나 후보는 “5선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믿어달라”고 한명 한명 호소했다. 또 내부순환 급행철도 공약을 강조하며 “중앙대가 정말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셀카 줄을 선 학생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으로 “나경원을 알고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중앙대 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25)은 “정치는 잘 모르지만 셀럽(유명인사)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한 건축학과 재학생(23)은 “정치에 큰 관심없는데 나경원은 안다”고 했다. 나 후보는 “새벽 5시부터 매일 선거운동을 해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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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삼영, 이재명 지원유세만 6번째 ‘반전 이룬다’
같은 시간 류삼영 후보는 이재명 대표와 6번째 유세에 나섰다. 민주당 내에선 4선의 나 후보와 맞붙은 정치신인 류 후보를 이 대표가 적극 지원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본인 지역구는 인천 계양을 제외하면 동작을에 가장 많이 방문했다. 류 후보는 이른 아침부터 지역 거리 인사를 하다 이 대표와 유세차에 올랐다.
이 대표는 이날 류 후보 손을 높이 들고 “나경원 후보는 계양을 후보인 이재명이 왜 자꾸 동작에 오냐며 불만인 것 같은데 지역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의 삶이, 이 나라의 운명이 더 중요하지 않으냐”며 “류 후보를 유용한 도구로 삼아서 4월 10일 여러분이 이 나라 주인임을 선포해 달라”고 ‘정권심판론’을 재차 부각했다.
이어 일부 여론조사에서 류 후보가 상대적 열세를 보인 것을 의식한 듯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 의미가 없다. 투표하면 이긴다”며 “지난 대선에서도 1%만 더 투표했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좌천된 인물로 정권심판론을 겨냥하는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았다. 경찰 출신답게 ‘안전 동작’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7호선 상도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는 류 후보 측 인사들은 손에 ‘디올’이라고 적힌 쇼핑백을 들고 “1번 류삼영입니다”를 외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디올 백 논란을 비판하고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더욱 부각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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