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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결방’도 정치적 의도? “방송 해도 공격, 안 해도 공격”

미디어오늘 조회수  

▲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편 유튜브 영상 갈무리.
▲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편 유튜브 영상 갈무리.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9주년 특집 방송이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기호 ‘9번’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결방되면서, 강경한 심의가 자기검열을 불렀다는 MBC 안팎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MBC는 7일 방영 예정이던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을 “제작 일정” 때문에 결방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 5일 4·10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제기되면서 6일 방송을 미루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일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달 MBC ‘뉴스데스크’ 일기예보의 ‘미세먼지 1’ 자막이 더불어민주당 정당 기호 ‘1’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법정제재(관계자 징계)를 결정한 것과 연관되어 해석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방송통신심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의 방송심의 안건 및 제재는 MBC에 집중돼왔다.

MBC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잇단 검열의 여파로 보고 있다. 김재영 MBC PD협회장은 8일 통화에서 이번 결방은 “‘1’에 대한 선방위의 검열이 가져온 일종의 효과”라며 “그 무지막지한 검열이 정당한 것처럼 포장한 MBC 내 일부 세력과 외부의 정치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김 회장은 나아가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 스스로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번 사태를 “복면가왕 9틀막 사태”로 표현하면서 “방송 해도 공격, 방송 안 해도 공격, 아 어쩌란 말이냐”라고 반문하는 카드뉴스를 냈다. 김시관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 선대위 공보단 대변인이 “복면가왕 9주년과 조국혁신당 9번이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MBC는 지금이라도 ‘야당과 짜고 친다’는 정치권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당장 복면가왕을 방영하기를 촉구한다”고 논평한 것을 비튼 내용이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MBC노동조합(제3노조)의 경우 9주년 특집으로 제작된 ‘복면가왕’을 두고 “숫자 9가 화면을 도배할 지경이었다고 한다”면서 “조국혁신당의 슬로건인 ‘9한다’를 연상시키는 내용의 자막도 포함됐다고 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프로그램 심의와 방송결정 과정에 대해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은 언론탄압의 프레임을 들이댔다고 입장을 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카드뉴스 일부 갈무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카드뉴스 일부 갈무리

총선을 앞둔 ‘숫자 심의’에 이어진 예능 프로그램 결방은 “비례대표 1번에서 38번까지 특정 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킬 수 있는 모든 TV 프로그램도 결방해야 하는가”라는 비판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연대는 이날 관련 논평에서 “가령 KBS ‘9시 뉴스’, SBS ‘동상이몽2’, JTBC ‘특파원 25시’, TV조선 ‘뉴스7’도 결방해야 마땅한가”라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모든 숫자를 검열하는 국가장치가 실제 작동하고, 그래서 특정한 의도가 없는 발언까지 언제든지 정치적으로 검열당할 수 있다는 심리적 공포의 시대”라는 비판이다.

문화연대는 “1970년대 박정희 유신 정권 시절 이금희의 노래 ‘키다리 미스터 킴’이 키가 작은 대통령을 비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장희의 노래 ‘그건 너’가 박정희 대통령을 지시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던 황당한 독재 검열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라며 “검열의 일상적 내면화, 이것이 바로 무도한 검찰 권력, 내로남불 검찰 공화국의 민낯이고, 국민이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라고 했다.

‘9번’ 정당인 조국혁신당에선 “대파 가지고도 저 난리이니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지수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매일 밤 9시가 되면 9시 뉴스 시그널로 조국혁신당을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KBS는 왜 제재하지 않나. 윤석열 정부는 구구단을 외우는 초등학생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 이번 기회에 구글도 퇴출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22대 국회 관련 상임위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방송 장악’에 앞장섰던 기구의 수장들을 불러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뭐라도 걸리기만 하면 계속하여 징계를 남발할 만반의 태세를 갖춘 이 무도한 방심위의 서슬퍼런 협박 앞에 어떻게 더 맞설 수 있겠나. 이게 바로 ‘사전검열’”이라며 “그러니 ‘복면가왕’ 결방에 대한 입장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내놓아야 마땅하다. 류희림 위원장 만족하시나”라고 물었다. 이어 “각 방송사의 메인뉴스인 ‘9시 뉴스’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KBS 전체를 다 문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각각 1번과 2번을 품고 있는 KBS ‘1’ 채널과 KBS ‘2’ 채널은 어찌할 텐가”라고 했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선거에서 숫자 기호를 없애자. 복면가왕 결방 같은 낯뜨거운 논란 자체를 더는 만들지 말자”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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