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1.3%를 기록했다. 4년 전 26.7%를 뛰어넘는 것으로, 최종투표율은 70%를 넘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집권 3년차 견제론과 거대야당 심판론이 혼재하는 가운데, 비례대표 정당의 선전으로 유권자 관심도 높아진 결과다. 정치권은 투표율을 기준으로 유·불리를 점치고 있다.
역대 선거마다 투표율은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였다. 각 당의 충성 지지층 외 부동층이 투표에 참여할 수록 이 수치가 높아져서다. 국민의힘은 투표 포기를 고심하는 ‘샤이 보수’를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유세 현장에서 야당의 부동산·막말 논란을 앞세우는 이유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가 예측한 승패를 가를 지점은 55~60%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지역구와 비례 총합 152석으로 단독 과반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127석에 그쳤다. 투표율은 54.2%였다. 4년 뒤 20대 총선 투표율은 58%로 올랐다. 민주당(123석)이 원내 1당을 탈환하긴 했지만, 새누리당(122석)과 단 1석 차이에 불과했다. 제3지대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이 38석을 얻었던 때다.
2020년 21대 총선 투표율이 60%대 후반으로 뛰자, 민주당은 180석을 지닌 ‘거대 야당’이 됐다. 수도권 49개 지역구 중 41개에 민주당 깃발이 꽂혔다. 국회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를 맡았던 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특검)법,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 등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투표율이 56.8%였던 2014년 당시, 17개 시·도지사를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각각 9석, 8석씩 나눠가졌다. 4년 뒤 지선에선 민주당이 14석을 싹쓸이했다. 보수 진영의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과 ‘제주 토박이’ 원희룡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제주 외에 전 지역이 민주당에 넘어갔다. 투표율은 60.2%였다. 2022년 지선은 역대 지선 중 투표율이 두번째로 낮은 50.9%였다. 국민의힘(12석)이 민주당(5석)에 완승했다.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민주당 계열에 유리했던 것은 중도층의 구성 때문이다. ‘충성 지지층’과 거리가 먼 부동층에 친야(親野) 성향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사전투표 등으로 전체 투표율이 상승한 가운데, 연령·정치적 성향 등 투표율을 구성하는 단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20대의 표심 흐름이 과거와 다른 점도 변수로 꼽힌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2008년 총선(46.1%) 등 이례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던 5번의 전국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패했다”며 “과거 수치로 보면 55% 정도를 기준으로 둘 수 있는데, 사전투표 도입 이후 투표율이 높아지는 추세라 이 기준을 좀더 높여 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민주당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의 ‘막말’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이탈했던 보수층이 ‘민주당 견제’ 명분을 얻어 투표장에 나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중도층에 상대적으로 친야 성향 유권자가 많아 이들의 참여로 투표율이 높아지면 진보 정당에 유리한 경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윤 실장은 “상승한 투표율의 세부 구성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야당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와 편법 대출, 막말 논란 속에 친여 성향 유권자의 투표율도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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