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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폐지, 앵커 하차…‘김백의 YTN’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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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상암동 YTN사옥. ⓒ미디어오늘
▲서울시 상암동 YTN사옥. ⓒ미디어오늘

최대주주가 유진그룹으로 넘어간 뒤 김백 사장을 선임한 YTN이 기존 뉴스 프로그램을 모두 없앴다. 대대적인 앵커 물갈이와 함께 일부 방송 패널에 대한 하차 통보도 이뤄졌다.

YTN은 지난 1일 모든 뉴스프로그램의 타이틀과 고유 포맷을 폐지하고 24시간 임시 편성에 들어갔다. 현재 YTN은 모든 방송이 ‘YTN24’라는 이름 아래 나가고 있다.

김백 사장은 취임식 당일인 1일 YT의 뉴스타이틀과 편성을 모두 없앴다. 기존 △굿모닝뉴스(아침) △뉴스라이더(8시) △뉴스앤이슈(11시) △뉴스큐(14시) △더뉴스(16시) △이브닝(19시) △나이트(22) △뉴스24(막간 뉴스) 등 편성이 모두 사라졌다.

이런 결정 과정에 보도제작 구성원들에 대한 의견 수렴은 없었다. 사측이 개편이나 인사를 할 때 노 개편하거나 인사를 할 때 노동조합에 통보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기존 프로그램 앵커도 다수 교체했다. YTN 사측은 5일 현재까지 김정아, 이광연, 오동건, 김대근, 임성호, 안보라 앵커 등에게 하차를 통보하고, 그 자리에 프리랜서 앵커 및 다른 앵커들을 대체 투입했다.

▲4일 임시편성 체제로 방영중인 YTN 저녁뉴스화면 갈무리
▲4일 임시편성 체제로 방영중인 YTN 저녁뉴스화면 갈무리

개편안 없이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 진행자를 없앤 YTN은 편집부국장을 포함한 7인으로 편성개편 TF팀을 꾸리고 5월 적용을 목표로 차기 편성안을 짜고 있다. TF팀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YTN 사측은 TF팀 참여 인원을 묻는 본지 질의에 ‘편성은 기밀 사항’이라고 했다.

YTN 내부에선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측이 팀장급 이상 인원에 대해 정식 발령을 하지 않아 모든 것이 임시체제에 머물러 있다. 일례로 유투권 전 보도국장은 면보직 후 정식 발령되지 않아 임시로 국제부에 배치됐다.

팀장을 보직에서 해임한 뒤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부서장 없이 운영되는 부서들도 여럿이다. 지난 3일 불방된 ‘돌발영상’의 경우에도, 팀장이 공석인 가운데 김승재 보도제작국장이 제작물을 시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주요 취재부서인 보도국 법조팀장도 충원되지 않고 있다. 

YTN 내엔 일방적인 인사발령이 부당하는 지적과 함께 ‘날림 인사’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동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공정방송위원장은 “보통 총선을 앞두고 인사를 하지 않는데 이례적으로 대거 인사를 뒤죽박죽으로 하면서 현장은 혼란 그 자체”라며 “방송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자막 방송사고도 빈발하고 있다”고 했다.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된 김백 YTN 신임 사장이 1일 그의 취임에 항의하는 YTN 구성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취임식장을 나서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보도들에 대해 사고를 예고한 뒤,  3일 과거 YTN의 보도들에 대해 '대국민사과' 방송을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된 김백 YTN 신임 사장이 1일 그의 취임에 항의하는 YTN 구성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취임식장을 나서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보도들에 대해 사고를 예고한 뒤,  3일 과거 YTN의 보도들에 대해 ‘대국민사과’ 방송을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점입가경에 경악” YTN 직원들 릴레이 성명…YTN “경영권 행사이자 공정방송 회복”

YTN 구성원들의 기수별 비판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19기에 이어 5일엔 14기(2012년 입사) 직원 15명이 성명을 통해 “김백 씨가 회사로 돌아오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며 “시청률이 좋지 않아 개선에 나서겠다며 기존에 있던 방송을 다 없앴고 앵커들은 한순간에 모두 갈아치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편은 뉴스를 만들고 보는 사람 모두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철저히 준비해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하루 아침에 모든 편성을 ‘YTN 24’로 통일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련의 사측 조치를 두고 “조금의 고민도 없었고, 의견 수렴조차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며 “대폭 인사는 예상했지만, 능력에 대한 검증도 그간의 행보에 대한 평가조차 배제한 인사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

14기 일동은 특히 “대국민사과는 점입가경”이라며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정을 기치로 내걸어 사과하고 싶었다면 과거 청와대·대기업 눈치를 보며 기사를 막고, ‘돌발영상’ 폐지한 과오도 함께 사과했어야 한다. 현장을 뛰는 우리는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적인 이익을 채우고, 복수심으로 회사를 이용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우리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잇따른 내부 비판에 YTN 기획조정실은 5일 <사내 현안에 대한 회사 입장>을 내고 “사장 선임은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보도국장 임명과 기구 개편은 인사권 및 경영권을 행사한 것이다. 회사는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YTN 측은 이날 전 뉴스프로 폐지와 앵커 대거 하차, 임시체제 가동 이유를 묻는 취재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답변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4일 YTN의 새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에게 만남을 요청했으나 유진그룹 측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YTN지부는 이날 유 회장이 YTN 사원들에게 보낸 서한에 대해 “김백 사장의 사과가 유 회장님의 뜻인가”라고 되묻는 서한을 전달하고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유진그룹 사옥을 찾았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유진그룹 홍보담당 임원이 현장에 나와 “소송하는 중에 면담 신청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유진그룹 홍보담당자는 5일 미디어오늘에 “(YTN지부의 서한은) 회장님께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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